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만화영화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영화로 1978년 일본NHK에서 첫 방영됐다. 우리나라에는 1982년 KBS에서 방영됐는데 이어 MBC에서 재방영했으며 다시 1992년 KBS가 고화질로 복원해 다시 방송을 했을 정도로 인기를 모은 만화였다.
초등학생때 처음으로 봤었는데 코난과 포비의 콤비, 라나를 인더스트리아로부터 지키기 위한 코난과 포비의 고군분투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2008년의 멸망한 미래 지구 모습이었다. 2008년에 발생한 범지구적 대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환경재앙. “지축이 뒤틀리고 대부분의 대륙이 바다밑으로 가라 앉았다”는 오프닝으로 영화가 시작됐다.
라나를 그렇게 끈질기게 납치한 거대 기업이 존재하는 인더스트리아는 그런 환경재앙에서 살아남은 문명도시다. 멸망한 지구에서 플라스틱을 재생해 석유를 뽑아내 식품, 의류 등 온갖 것을 만들어내며 연명하는 미래인류의 모습을 그렸다.
장황하게 만화영화 얘기로 글을 시작한 것은 요즘, 어린시절 봤던 멸망한 지구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 진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폭염과 산불에 사상자가 속출하고 태풍과 허리케인으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홍수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지구가 불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폭염과 산불에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일어난 산불로 실종자가 850명이 넘어섰다는 보도에 이어 그리스 에브로스에서는 산불로 인해 불에 탄 시신 26구가 숲에서 나와 충격을 안겼다.
알프스에도 폭염이 닥치면서 프랑스 정부가 서유럽 최고봉인 몽블랑 등산 연기를 권고했으며 미국 데스밸리 사막에선 열대성 폭풍 ‘힐러리’가 상륙해 지난 20일 하루 동안 55.9㎜라는 1년치 강우량과 맞먹는 사상 최대 폭우가 내려 여행객과 주민 400여 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와 칠레에선 예기치 못한 폭우로 시민 여럿이 사망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기온이 앞으로 5년 이내에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는 산업화 이전보다 1.28도 이상 높았으며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2016년의 기록이 앞으로 5년 이내 깨질 확률은 98%라고 봤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엘니뇨’가 도래해 지구 곳곳에 폭염과 홍수, 가뭄을 일으킬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향후 수십 년 안에 인류가 종말을 맞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핵전쟁, 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지구 온난화(기후변화)를 꼽았다.
인류를 미래를 발전시키는 기술로 믿었던 핵과 인공지능이 결국 인류의 미래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23년 8월24일 오후1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
30년동안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오염수 134만톤이 바다로 흘러간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134만톤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오염수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오염수까지 포함한다면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해 오염수 방류는 30년 이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팩트다.
지구는 불타오르고 바닷물의 수온은 높아지고 있으며 후쿠시아 오염수까지 방류되면서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한번도 보지못한 세계가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 후대의 미래를 담보로 살고 있다. 우리는 후대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행동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