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올 2월부터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2월 2.4%에서 5월 2.3%로 낮춘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내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1.4%를 유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경기가 반등하며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접어야 할 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1%대로 내린 전망치까지 내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겼다. 국내외 불확실성을 의식한 고육지책이다.
가계 부채가 늘고 환율이 오르는 등 금리를 인상해야 할 요인은 많다. 그러나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오히려 부동산발 리스크로 바뀔 수도 있는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국내 물가와 경기 흐름을 고려해도 이해할 만한 한은의 결정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엔 2.3%까지 내려왔다.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수준은 아니다. 경기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졌지만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수출과 수입, 투자·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 당장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더 부실해질 수 있다.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시장도 어려워진다. 또 고용이 얼어붙으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만큼 소비시장도 침체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내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가구 실질소득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상태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떨어졌다. 반면 고물가 영향으로 가계 지출은 4.1%나 증가했다. 소득은 감소했는데 지출은 늘었으니 사는 게 팍팍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올 하반기와 내년 경제다. 올해 1%대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다. 침체가 우려되는 경기를 회복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이기는커녕 2년 연속 1%대 성장률로 추락하며 저성장의 늪에 갇힐 수 있다. 규제 혁파와 초격차 기술 확보, 노동·교육 등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을 서둘러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해 충격을 최소화하되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교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해야 할 것이다. 또 금융 당국은 외환시장 불안, 가계 부채 등 리스크 요인을 모니터링해 선제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