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소 잃은 외양간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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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 사회체육부 기자

최근 전주시의 체육 행정 무능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프로농구(KBL)의 명가 KCC는 22년 동안 함께 했던 전주시를 떠나 부산광역시를 새로운 연고지로 삼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여론은 전주시의 체육 행정 무능을 질타하고 있다. KCC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전주실내체육관은 1973년에 지어져 시설 노후화 등 문제가 많았다. 이로 인해 2016년 KCC는 연고지 이전을 검토했고,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찾아가 체육관 신축을 약속하면서 이전은 철회됐다.

하지만 전주시는 체육관 신축은커녕 프로야구 2군을 위한 야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뿌리를 내린 프로농구구단을 제쳐두고 야구 2군팀을 챙긴 것이다. 이를 두고 최형길 KCC 단장은 “농구는 뒷전이 됐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결국 전주시는 22년 동안 지역과 동고동락한 프로구단을 잃게 됐다.

축구장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9월 전북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원정팀에 제공해야 할 훈련장들의 잔디 상태가 엉망인 것이다. 이로 인해 전북현대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원정팀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전주월드컵경기장 잔디가 망가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렇게 전주시는 두 프로구단에 대한 무관심을 노출하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체육관 신축 무산과 축구장의 망가진 잔디. 어디서 들은 듯한 이야기다. 지난해 9월 강원도는 강원FC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백지화했다. 이전 도정에서 연구용역까지 마쳤던 전용구장 건립계획을 재정의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시켰다. 올 상반기 강원FC의 홈구장으로 사용됐던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은 전체 그라운드 잔디의 3분의 1 정도가 심각하게 변색돼 축구계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축구전용구장 건립의 주체는 강원도, 송암스포츠타운 잔디 관리 주체는 춘천도시공사라는 점에서 이 역시 지자체의 체육 행정 무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주의 프로구단과 다른 점이라면 강원FC는 도민구단이라는 점이다. 반면, KCC와 전북현대는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이다.

이 같은 이유로 강원FC는 전용구장 백지화, 심각한 잔디 상태에도 쉽사리 아쉬운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지자체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 지자체와 각을 세우고 대립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강원도민들이 만든 구단이니 KCC처럼 연고지 이전으로 이슈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주시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프로스포츠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KCC가 이전을 발표하자 전주시는 급히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결정된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었고, 잔디 관리도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원FC도 언젠가 ACL 등 국제대회에 진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도 지금처럼 전용구장도 없고, 잔디 관리도 엉성한 상황이라면 이 역시 국제적 망신이다. 소를 잃기 전 외양간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강원도는 전주시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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