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추석 명절 연휴였지만 강원특별자치도 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느낀 체감 경기는 극명한 온도차이를 보였다. 전통시장은 성수품 구매 수요와 관광객이 집중되며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린 반면, 소상공인들은 긴 연휴로 인한 경영악화를 호소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달 28일 찾은 영월 서부시장은 주차장에서부터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시장 골목은 장을 보려는 손님들과 메밀전병, 닭강정 등 먹거리를 구입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부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김모(80)씨는 "주문이 많아 이른 새벽부터 가족들이 모두 나와 일손을 보탰다"며 "시장에 활력이 도니 명절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체감경기지수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도내 전통시장 9월 체감경기지수(SBI)는 66.9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대비 1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전월대비 수산물 46.5포인트, 축산물 37.7포인트, 농산물 33.3포인트 각각 상승하는 등 신선식품 소매업체들의 체감경기 회복세가 뚜렷했다. 지수 상승에는 '추석명절 특수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체감경기 호전 사유를 묻는 질문에서 전통시장 상인의 66.5%는 '명절이 있어서'를 꼽았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9월 소상공인 체감SBI는 65.3으로, 8월과 비교해 1.2포인트 낮아졌다. 도는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지수 하락을 보이며 광주(65.0) 다음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인들은 '경기침체로 소비가 감소'(40.4%)한 상황에 '명절 등 계절적 요인'(29.0%)까지 겹치며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춘천 퇴계동에서 국밥집을 하는 홍모(50대)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평소의 절반 수준"이라며 "단골들도 고향집에 간 건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석병진 강원도자영업자총연합회 이사장은 "고물가에 명절로 인한 지출증가가 예상되자 소비자들이 당장 필요치 않은 품목에 대한 소비를 줄이면서 소상공인들의 경기가 악화됐다"며 "긴 연휴로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이 늘며 소비가 관광지 일부 지역에 쏠린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