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대학 출입 시절, 행정 본부에서 만난 보직 교수들과의 대화에서 화두는 '학령 인구 감소'였다. 교수들은 "앞으로 10년 후면 현 대학 정원보다 입학생 인구가 적기 때문에 문을 닫는 대학이 나올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대학 문 여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강원도 폐광지역에서는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대학이 나왔다.
2013년 당시 화두였던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춰 신설된 대학원 과정에 입학해 강의를 들었다. 기후변화와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정책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중 '지구촌 식량위기'가 기억에 남았는데 '20년 후쯤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기후변화가 세운 '발톱'은 일상을 할퀴고 있다. 가뭄, 산불, 극한 호우로 이어지는 '재난의 연중화'이다. 그 여파로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들고, 추석 명절에는 비싼 가격 때문에 사과 한 상자도 몇 번을 고민하고 사는 경험을 했다. 식량 위기는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10년 후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국내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5년전 춘천에서 강의를 하면서 "자녀가 있는 4인 가구가 급감하면서 2024년~2025년에는 지방 소도시에 있는 대형마트들이 줄줄이 철수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 될 수 있는 일이다. 10년전에는 대형마트가 입점하면 골목상권이 죽는다며 지역 사회가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는 규제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유통 환경을 겪을 수도 있다. 대형 마트가 떠난 자리를 새롭게 채울 계획을 우리는 갖고 있는가?
5년 전 강의에서 조영태 교수는 "지방 도시들은 저출산 극복 보다 수도권 청년인구 유치가 더 현실적인 인구 증가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에서는 "이제는 이 정책을 말할 시기도 지났다. 청년 인구 절대 규모가 크게 줄었고, 청년 인구의 절반은 수도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주 인구가 아니라 생활 인구 유치 확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불과 5년 만에 인구 정책의 화두도 바뀌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수도권을 벗어나 살아 본 적이 없는 10~20대들에게 지방 이주를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강원도의 1차 산업을 지탱할 인구는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외국에서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아파트 밀집지역인 춘천, 원주,강릉의 동(洞)에서 15분~30분만 나가 면(面) 지역으로 나가보면 당장 외국인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한 곳이 부지기수다. 강원도 땅의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없이는 관리하기 어려운 현실이 이미 다가왔다. 우리는 이들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는가? 예상 되는 사회 갈등을 넘어 공존의 지혜를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고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강원도의 10년 후'와 관련된 보다 다양한 논의들이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2013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온 속도, 변화의 폭보다 더 빠르고, 더 크게 2033년은 다가오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