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4명이 지난 24일 오전 소형 목선을 타고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됐다. 해당 북한 주민들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이 동해상으로 귀순을 시도한 건 2019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귀순자들을 강제 북송한 이후 동해를 통한 귀순이 사라졌으나 최근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한 탈북자들의 입국이 크게 늘면서 동해 귀순 루트도 되살아났다.
해상 귀순은 올 5월 서해상으로 귀순한 일가족 이후 5개월 만이다. 문제는 군의 경계 실패 논란이 일고 있다는 데 있다. 북한 목선이 발견된 속초 동쪽 해상은 NLL에서 남쪽으로 약 45㎞ 떨어진 지점이다. 군의 동해 NLL 감시·경계 작전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물론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새벽 동해상의 ‘의심 선박’을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로 포착하고 오전 5시 30분께부터 작전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와 TOD로 포착된 해당 선박은 어선 신호가 없어 의심 선박으로 추적하고 있었다”며 “초계기와 고속정을 보냈지만, 소형 북한 목선을 찾지 못했고, 이런 와중에 민간 어선이 북한 배를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고는 주민이 해 경계 실패 논란이 제기되며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앞서 군은 2019년 6월 북한 목선이 NLL을 넘어 삼척항 앞바다에서 수시간을 보내다 부두에 들어와 주민들에게 발견될 때까지 탐지하지 못해 경계 실패 논란을 불렀다. 당시 목선은 10m로 이번 7.5m 목선보다도 컸었다. 군은 철저한 조사로 경계 실패가 있었는지 가려내야 한다. 경계에 허점이 있었다면 문책은 당연하다. 이는 군 기강 해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경계 실패가 있었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따져야 한다. 그리고 문란해진 군 기강을 재정립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을 보면 충격을 넘어 허탈감마저 든다.
장군과 장교들은 책임져야 할 사건에 은폐·축소·조작을 서슴지 않고, 병사들은 간부 알기를 우습게 알고 군법 위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우애는 사라지고 대화는 단절됐다. 간부는 병사들의 왜곡된 신고가 두려워 제대로 지휘를 할 수가 없다. 힘든 훈련을 받기 싫으면 아프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지휘관은 아프다고 한 병사의 청원을 무시하고 훈련을 강행했다가 혹시 사고가 나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확인 조치 없이 그냥 쉬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고 하면 군대라 말할 수 없다. 우리 군은 경계에 실패할 때마다 “반성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다짐했다. 이젠 그 말을 국민은 물론이고 군인들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다. 군 전체에 대한 군기 검열을 통해 기강을 바로 세우고 대비 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