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바이러스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확산 일로에 있다. 도내에서는 지난 24일 양구에 도내 첫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온 지 이틀 만에 26일 횡성군 우천면의 한 한우농장에서 소 1마리가 럼피스킨병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양구, 고성에서도 확진 사례가 추가 발견됐다. 불과 닷새 만에 총 4건의 확진 사례가 잇따른 것이다. 도와 해당 시·군에서는 방제 인력을 투입하고 이동 제한, 집중 소독, 긴급 정밀검사, 살처분과 매몰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럼피스킨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29일부터 도내 축산농가에 일제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 한우농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확진 사례가 나온 데 이어 충북, 경기, 인천, 강원 등에서 추가 발생이 계속되고 있다.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치솟는 인건비와 사료 값으로 고통받는 축산농가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즉, 자식 같은 소를 무더기로 살처분하면서 축산농가를 비롯, 주민, 공무원들이 겪었던 ‘구제역 트라우마’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이번 럼피스킨병은 방역 당국이나 농가가 모두 처음 경험하는 가축전염병이기 때문에 대처가 용이하지 않다. 럼피스킨병은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발병 시 소의 유산이나 불임, 우유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이어져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럼피스킨병 바이러스가 중국 등을 거쳐 지난달 국내로 유입됐는데 신고가 늦어져 검사가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당국은 전염병 유입 경로를 신속하게 파악해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확산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차적으로 방역 당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그리고 축산농가들도 협조해야 한다. 우선 사육 소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감염 의심 개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발견 즉시 관계 당국에 신고해 사후 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럼피스킨병이 발병된 곳은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막고, 출입 시에는 사람과 차량을 철저히 소독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농장 내부에 살충제를 뿌리고 주변도 소독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가축전염병은 겨울뿐 아니라 연중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시적인 방역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증가하는 가을 축제장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농장 소독과 예방백신 접종, 가축 이동 통제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가축 살처분에 따른 토양과 지하수 오염 대책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한다. 매몰 처분작업에 참여한 공무원과 농장주 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