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교육계, 정당,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업재해 방지 강원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급식종사자 1,758명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실시한 결과 검사자의 31%에 해당하는 542명이 폐암 관련 이상소견 판정을 받았다. 또 최근 5년간 6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4명이 산업재해로 승인됐다. 1명은 심사를 진행 중이다. 대책위가 정부와 교육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급식실은 여전히 급식노동 대체인력 부족, 조리시설 개선 등이 미진해 노동자들의 희생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학교 조리실은 ‘죽음의 급식실’로 불린다. 급식노동자들이 열악한 조리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주부들의 폐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그 원인으로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조리흄이 지목됐다. 하물며 매일 많은 양을 조리하는 급식종사자들은 얼마나 폐 건강을 위협받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겠는가. 실제 학교급식종사자들의 폐암 의심 검진 비율은 일반 여성의 폐암 발병률보다 3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찜통 조리실, 환기시설 부족으로 조리사가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급식 조리실의 취약한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돼 왔다. 학교급식종사자의 폐암 문제는 목숨과 직결되는 긴급하고 절박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조리실 환경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조리실 시설 개선 사업을 약속했지만 지원 수준이 기존 시설 유지에 그쳐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밥을 위해 ‘죽음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조리사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근무 환경을 실질적이고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규모 조리 환경의 높은 폐암 유병률이 확인된 만큼 도내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조리실 기준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충원 없이는 급식노동자의 폐암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도교육청은 “급식 인력 등 교육공무직 인력 증원 및 조정에 관한 사항은 인력관리심의위원회 심의사항이므로 관련 부서와 충분한 협의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작업 환경 개선과 더불어 인원 확충이 시급하다. 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교육 당국의 의무다. 예산 타령이나 하며 질질 끌 문제가 아니다. 서둘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