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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겨울의 시작’

입동(立冬·8일)이 지났다. 겨울의 시작이다. 때 이른 첫 한파주의보가 입절일부터 들이닥쳤다. 아침 기온이 영하권까지 내려가 초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렸다. 산간지역에는 한파경보까지 발령됐다. 겨울이 톡톡히 신고식을 하는 듯하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 수 있지만 한 해의 마무리를 해야 할 시기다. ▼예로부터 입동 무렵이면 긴 겨우살이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남자들은 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얹고, 겨우내 쓸 땔감을 마련했다. 여자들은 김장하기, 시래기 말리기, 메주 쑤기 등에 분주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일은 단연 김장이다. 입동 전후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식구가 많은 이는 몇백 포기씩 담그는 것이 예사여서 친척이나 이웃이 함께했다. 하지만 급등하는 물가 탓에 김장도 점차 근심이 되고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면서 각종 감염병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은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 미국 과학자들이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5도의 실험실 동물이 20도 상태의 동물보다 이틀이나 더 독감 바이러스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추우면 바이러스와 싸우는 단백질(인터페론) 생성 유전자가 힘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전기료, 가스요금, 유류비 등 난방비 부담이 걱정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것도 힘겨운 일이 되고 있다. ▼‘치계미(雉鷄米)’는 마을에서 노인들을 모시고 선물과 음식을 장만해 잔치를 벌이는 풍속이다. 주로 입동, 동지, 섣달그믐날에 행해졌다. 먹고살기 힘든 이들은 치계미를 대신해 도랑탕 잔치를 마련했다. 입동 무렵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은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대접했던 것이다. 겨울이 닥치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진다. 연탄 값도 올라 연탄 기부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모두가 어려운 이웃을 돌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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