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인 A씨는 C씨(이전 임대인)로부터 임차인 B씨가 전세로 살고 있는 주택을 매수해 새로운 임대인이 됐다. A씨는 본인이 거주하려고 이 주택을 매수했지만, 사정이 생겨 1년만 기존 임대차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1년이 지나 A씨는 B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는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제4조)을 근거로 이 주택에 1년 더 거주하겠다고 했다.
A씨는 이러한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을까? 먼저 A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기존 계약을 연장한 갱신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갱신계약의 경우에도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주장하는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가 적용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서울지방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나21748 판결).
A씨는 다음으로 B씨와의 계약이 갱신계약이 아니라 기존 계약의 만기를 연장하는 단순 합의였다며 계약의 실질을 살펴보았을 때, 임대인의 사정으로 기존 계약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합의이므로 합의된 1년이 되는 시점에 기존 계약이 종료된다고 주장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에 의해 계약기간을 2~3개월 정도 연장하는 것은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라고도 볼 수 있으나, 기존 계약의 만료 후 1년 더 연장하는 계약은 만기의 변경이 아닌 갱신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당사자의 확실한 의사의 합치로 임대차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면 임대인에게 너무 불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편면적 강행규정이다. 강행규정이란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으로서 강행규정을 위반한 계약은 무효가 된다. 그런데 편면적 강행규정이란 계약 당사자들 중 한 쪽 당사자에 대해서만 강행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계약일 경우에 무효가 된다. 따라서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한 계약이 임차인에게 불리할 경우에는 무효, 임차인에게 유리할 경우에는 유효를 주장할 수 있다. 계약 당사자들이 자유의사로 정한 계약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허용돼야 할 것이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므로 당사자들의 약정보다 먼저 적용된다.
1년 약정의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를 위반한 계약으로서 임차인 B씨는 계약서상 약정한 1년을 주장할 수도 있고 법에서 보장한 2년의 기간을 주장할 수도 있다. B씨는 2년의 계약기간을 주장했으므로 이 경우 임대인 A씨는 B씨를 자신의 주택에 1년 더 거주하게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