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화재 위험이 커진 가운데 비응급 119 신고로 인한 소방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 화재사고나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한 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새벽 1시39분께 동해시 평릉동에서 만취 상태의 A씨가 동해소방서에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119구급대원이 긴급 출동에 나섰지만 A씨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했던 119구급대원은 “A씨가 술이 깰 때까지 병실에서 자다가 귀가하고 싶으니 병원으로 데려가달라고 요청했다”며 “전날 오전에도 똑같은 내용으로 신고를 접수한 뒤 이송해 줄 때까지 난동을 부려 대원들의 스트레스가 컸다”고 토로했다.
같은 달 24일 밤 11시52분께 원주시 단구동에서도 술에 취한 B씨가 “몸이 춥고 힘들어서 주차장에 있다 숙박업소에 데려가달라”며 119신고를 접수했다. 119구급대원은 B씨의 보호자와 연락을 취한 뒤 택시를 태워 귀가시켰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강원자치도 내 119구급대 출동 건수는 2020년 9만9,828건, 2021년 11만6,879건, 지난해 13만7,419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신고 대상자의 병원 이송률은 2020년 65.7%, 2021년 61.3%, 지난해 59.7%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비응급환자의 경우 구급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 내용만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워 대부분 출동에 나서는 상황이다.
강원자치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단 한 건의 비응급 신고로 인해 화재나 인명피해를 막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시민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119상황실 의료 상담 운영 등을 통해 출동이 요구되지 않는 신고자 요청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