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비상벨 ‘양치기 신고’ 속출…경찰력 낭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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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벨 신고 1만4,557건 중 98.4%가 오작동·오인
실제 범죄 발생한 경우 79건…전체의 0.5%에 불과
최근에도 강릉과 원주서 비상벨 오작동·오인 속출해
이웅혁 교수 “비상벨 허위 신고하는 경우 처벌 가능”

◇사진=강원일보 DB

23일 오후 2시께 원주 중앙동 미로시장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이 울렸다. 원주경찰서 112 상황실은 즉각 미로시장과 가장 가까운 중앙지구대에 출동 명령을 내렸고 순찰중이던 중앙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5분도 채 안돼 벨이 울린 화장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누군가 호기심 또는 실수로 비상벨을 누른 것으로 보고 상황을 정리했다.

신속한 범죄 대응을 위해 설치된 비상벨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수천 건의 오작동과 오인 신고가 속출하며 ‘양치기벨’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경찰청은 각종 범죄와 사고 예방을 위해 공중화장실, 공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강원자치도내에는 1,235개소에 1,303개의 비상벨이 설치돼 가동중이다.

하지만 실제 범죄로 인한 비상벨 신고는 극히 드물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강원자치도에서 접수된 비상벨 신고는 총 1만4,557건에 달하지만 실제 범죄가 발생, 범인을 검거한 사례는 79건이었다. 전체 비상벨 신고 중 98.4%인 1만4,336건이 오작동이나 오인 신고였던 셈이다.

이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비상벨이 오히려 치안 공백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짓 비상벨 신고에 따른 출동으로 정작 중요한 사건 현장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대 소속 순경 A씨는 “비상벨 신고가 접수된 경우 ‘가봤자 허탕일 텐데’라는 생각부터 든다”며 “하지만 혹시 모를 범죄에 대비해 즉각 현장으로 출동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비상벨을 이용해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며 “비상벨에는 덮개를 설치해 오인 출동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시민들도 위험 상황에만 비상벨을 눌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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