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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활개 치는 보이스피싱, 뿌리 뽑을 근본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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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인 20대들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도내 보이스피싱 사건은 588건으로 피해액은 108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588명을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가 52%(303명)로 절반을 차지했다. 40~50대는 28%(164명), 60~70대는 15%(90명)였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들은 수사기관 사칭 전화에 쉽게 당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과거에는 주로 노인이나 주부였으나 요즘은 젊은 층의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대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인출이나 수거책으로 활동하다가 처벌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부 조직원으로 일하다가 검거된 보이스피싱범은 올해 156명에 이른다. 경제난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액의 아르바이트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실직자나 취준생뿐 아니라 비교적 사회적 지위가 있는 전문직 종사자까지 꼬일 정도다.

보이스피싱은 금융 당국이 대책을 내놓기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공공기관을 사칭해 계좌로 송금받는 방식이었지만, 대포통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이체 방지책이 잇따르자 저리 대출 등을 핑계로 돈을 직접 받아 가로채는 대면편취수법이 등장했다. 여기에 이른바 ‘택배 사칭 문자(악성 코드 문자 메시지)’ 등으로 개인 정보를 빼내고,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거짓말)’를 짜서 접근하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SNS 대화 기록으로 주변인 이름, 전·월세 계약 등 근황을 파악해 그럴듯하게 전화를 거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평생 모은 돈을 일순간에 잃게 만들고, 심지어는 가정 파괴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증가 추세다. 갈수록 대담하고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을 방법이 시급하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누군가 걸려들기만 한다면 이보다 쉬운 돈벌이가 없다. 최근 조직폭력배들이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에 피해를 입은 사람을 쉽게 찾을 정도다. 피해자도 이제는 성별이나 특별한 연령대가 없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주의만으로는 힘들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부를 도려내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는 범죄를 찾아 완전히 씨를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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