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매출액 300억원대 규모인 강릉의 A 빙과류 제조업체는 생산직 직원 50여명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정부의 고용허가제(E9)를 통해 확보한 외국인은 손에 꼽고, 대부분은 여성결혼이민자들이다. A업체 대표는 "고용허가제 입국 외국인들도 수도권 거주를 선호하고 있어 지방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평창 봉평면의 B식당은 올해 5~9월 성수기에 손님을 모두 받지 못했다. 풀타임 근무는 외국인이 아니면 버티지 못하는데 이들도 더 좋은 거주 여건을 찾아 한 달 만에 평창을 떠났기 때문이다.
강원지역의 농촌뿐만 아니라 공장, 식당들까지 외국인 근로자 확보난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외국인 근로자 취업 분야가 확대되면서 '지역별·업종별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이 더 심해질 전망이지만, 강원특별자치도는 장기 종합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제40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내년부터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이 취업가능한 업종에 음식점업, 임업, 광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E9 비자 외국인은 제조업, 농식품업, 건설업, 서비스업에서만 일할 수 있었는데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허가제로 일하는 도내 외국인은 올 3분기 기준 3,743명으로 전국 대비 1.6%에 불과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E9 비자 외국인이 음식점업(한식)에도 취업이 가능해, 강원도 외식업계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강원도는 일단 춘천, 원주, 강릉 3개 지역에서만 시범 도입된다.
농촌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원특별자치도가 도내 18개 시·군별 내년도 외국인 계절근로자(E8) 인력 수요를 조사한 결과 7,428명으로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점점 늘고 있지만, 실제 배치되는 인원은 수요보다 적고 영농에 익숙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배치되는 경우도 많아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건수 한국이민학회 회장(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은 "외국인들이 근무지, 거주지로서 강원도를 선택하게 만드는 정책이 전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타 시·도는 이미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강원도도 비전 수립, 조직 개편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