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내 초·중·고교생 학원비를 포함한 ‘학원 및 보습교육’ 물가는 2.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본보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다. 2013년 3.0% 오른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학원 물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6% 오름세를 보이다가 2021년 -0.3%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껑충 뛰었다. 일반 학원비뿐 아니라 음악학원(4.3%)·운동학원(5.2%)·전산학원(4.8%) 등의 강습비도 부쩍 인상됐다. 학교 보충수업비는 16.6% 치솟으며 1990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코로나19 엔데믹과 맞물려 대면 수업이 늘면서 사교육비도 급등한 것이다.
유사한 결과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학생 수는 전년도에 비해 4만명이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2조6,000억원이 늘었다.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2021년(23조4,000억원)에 비해 11%가량 증가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2020년(30만2,000원), 2021년(36만7,000원) 이후 급증하고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도 많아져 초등학생 37만2,000원, 중학생 43만8,000원, 고등학생 46만원이다. 사교육 참여율(78.3%)도 역대 가장 높아 초등학생의 85.2%가 사교육을 이용 중이다. 사교육비 증가는 비단 공교육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실시한 ‘저출산 인식조사’에서 청년세대(만 19~34세)가 출산을 원치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양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57%)이었다. 정부가 사교육비 문제를 저출산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제로 인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소위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처음으로 빠졌다. 킬러문항만 없애도 연간 26조원으로 추산되는 초·중·고교 사교육비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킬러문항 없는 수능을 계속 유지·발전시켜 이를 마중물 삼아 본격적인 공교육 정상화를 추진하기 바란다. 공교육 과정을 뛰어넘는 킬러문항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공교육 강화 정책을 촘촘하게 재설계하고 집행해 사교육병을 치유한다면 백년대계의 교육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교육은 또다시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공교육의 빈자리를 파고들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