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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자승스님 소신공양…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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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열반송 남겨
경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자제…"발견된 법구는 자승스님으로 잠정 확인"

◇지난 3월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108배를 하는 모습.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43일 동안 인도와 네팔에서 1천167km 도보 성지 순례를 마친 뒤 이날 회향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보=대한불교조계종은 총무원장을 지낸 봉은사 회주 자승 스님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은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우봉스님은 전날 오후 6시 50분 경기 안성시 소재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자승스님이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들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자승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자승스님 열반송[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다음 달 3일까지 자승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 3∼4시 무렵에 준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다. 다비장은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행한다.

조계종은 조계사 외에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와 전국 각 교구 본사, 종단 직영 사찰인 봉은사·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장례는 종단장 규정에 따라 입적 일을 기점으로 5일장으로 행한다.

조계종은 2005년 9월 총무원장 재임 중 입적한 법장스님의 종단장을 조계사에서 치른 바 있다. 전직 총무원장의 종단장을 조계사에서 엄수하는 것은 자승스님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자승스님은 전날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에서 입적했다.

전날 오후 6시 50분께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자승 스님의 법구가 발견됐다.

자승스님의 차량에서는 칠장사 주지스님을 향해 쓴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는 메모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화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칠장사 내 모든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할 방침이다.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 내 스님이 머무는 숙소인 요사채에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입적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국가과학수사관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1954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열여덟살이 되던 해인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거쳐 10대, 12~14대 중앙종회의원으로 종단 중앙무대에서 활동했다. 4대 종책모임(화엄회·무량회·보림회·무차회)을 아우르는 특유의 친화력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2009년 55세의 젊은 나이로 제 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총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어 2013년 34대 총무원장 재선에도 성공한다. 2004년부터는 은사인 월암 정대스님이 만든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았고, 2011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으로 활동했다. 2022년에는 상월결사를 결성한 뒤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왔다. 최근에는 불교계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생 전법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그야말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자승스님의 권세는 "종정 위에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할 정도였다. 종정은 조계종 대종사로 종단 내 최고 어른을 말한다.

◇29일 오후 6시 50분께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불이 나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69)이 입적했다. 소방대원들은 사찰 요사채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건물 내부에서 자승스님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사찰.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봄에는 40여 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했다. 지난 3월 23일 귀국 후 조계사 회향법회에서 그는 "성불(成佛)보다 부처님 법(法)을 전합시다"며 전법(傳法) 캠페인을 선언했다. 이후 전국 교구본사별로 대학생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법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계종 내 권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당장 동국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학위원회,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 회주, 은정재단 등이 리더십 부재로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조계종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종단이 일치단결해 이번 일을 원활히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장례를 마치고 나면 원로회의까지 잡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계종 총무원장이 계시니까 순리대로 갈 것이다. 분란이 생길 일은 없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23일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회향사하는 자승 스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칠장사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화재 당시 요사채에 자승스님 외에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현장 CCTV, 칠장사 관계자 진술, 휴대전화 위칫값,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요사채에서 발견된 법구는 자승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 중"이라며 "차량 내에서 2페이지 분량의 메모가 발견됐으며, 진위에 대해 필적 감정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당시 경내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 스님 등 3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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