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펫밀리]아빠 손에 쏘옥 '쪼로롱~ 짹째굴~' 37년째 산새들의 따뜻한 겨울밥상

춘천 삼악산서 ‘산새 무료급식소’ 김용운씨

◇춘천의 대표 관광지인 삼악산 등선폭포에 사는 김용운(82)씨가 금강굴 입구에서 산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김씨는 산새 무료급식소를 37년째 운영 중이다.김남덕기자

식당 부스러기에 새들 모여들어

“차라리 직접 주자” 수십년 이어져

배고픈 겨울엔 더 자주 찾아와

방문 노크하며 재촉하기도

“산새들 밥 굶지 않고 건강했으면”

산을 오르다 보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산행에 지쳐 잠시 멈춰 서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 어느새 다시금 정상을 향해 오를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지켜보고자 다가가는 순간, 새들은 인기척을 느끼고 순식간에 멀리 날아가 버리곤 한다.

이런 산새들에게 수십년째 먹이를 주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 산이 좋아 40년 넘게 삼악산에 거주 중인 김용운(82)씨는 37년째 삼악산 산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친하게 지내고 있다. 처음 김용운씨를 찾았을 때 이미 산새 한 마리가 용운씨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곤줄박이입니다. 제 손에 있는 땅콩 조각을 먹으려고 날아온 것입니다”라며 용운씨가 설명했다. 이야기하는 중에도 곤줄박이는 땅콩 조각을 집고 근처 나무에서 먹은 다음 다시 또 용운씨에게 다가와 손 위에 있는 땅콩 조각을 집고 있었다. 본래 자연 속에 있는 새들은 사람을 경계해 사람이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오면 도망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곤줄박이가 이렇게까지 사람에게 우호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 다른 새 한 마리가 주변에 설치된 모이통으로 모이를 먹으러 날아왔다.

“이 친구들은 박새입니다. 곤줄박이보다는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에 이렇게 모이통을 만들어서 먹이를 먹게 합니다”라고 용운씨가 말했다. 그러면서 땅콩 조각을 하나 집어 박새 가까이에 던져줬다. 그러자 박새는 땅콩이 떨어진 위치로 날아가 집어 갔다. 곤줄박이와 박새 외에도 동고비와 직박구리 등도 와서 모이통 위에 뿌려놓은 들깨들을 먹는다고 했다.

용운씨와 산새들의 인연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삼악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용운씨가 버리던 튀김옷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새들이 모여들었고 이를 본 용운씨가 차라리 자신이 직접 먹이를 주는 것이 낫겠다 싶어 땅콩과 들깨 등을 준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경계심을 갖던 다른 새들도 제 손 위에 놓인 먹이를 먹는 동료 새들을 보면서 경계심을 허물고 계속 오더군요. 많이 올 때는 4~5마리가 한꺼번에 제게 먹이를 받아먹으러 오곤 합니다”라고 용운씨가 이야기했다.

언제 새들이 자주 오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자 용운씨는 산에 열매나 씨앗, 곤충 등의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더 자주 찾아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끔은 집에도 들어와 먹이를 달라고 지저귀거나 부리로 방문을 노크하기도 하고 한 번은 방에 누워있었는데 곤줄박이가 발가락 위에 날아와 앉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가끔은 새들에게 땅콩과 들깨 외에 특식을 주는 날도 있다. 그 특식은 바로 잣. 잣을 주는 날이면 땅콩이나 들깨는 뒷전이고 잣에 몰려든다고 한다. 특히 껍질을 깐 잣보다는 까지 않은 잣을 하나씩 물고 날아가 부리로 껍질 속 열매를 쪼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다만 최근 들어 찾아오는 새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 걱정거리라고 했다.“처음에 먹이를 줄 때까지만 해도 새들이 제 손 위에 올라와서 먹이를 먹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계속해서 많은 새가 제게 오는 것을 보며 이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새들이 아프지 않고, 밥도 굶지 않고 건강하게 찾아와서 저와 함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용운씨가 말했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