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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선거 때마다 ‘공룡 선거구’, 사라지는 ‘대의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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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정위, 속초와 접경지역 5개 군 하나로 묶어
지세, 교통, 행정구역 등 지역 특수성 무시
인구수 절대 기준으로 적용하면 대표성 잃어

인구수를 절대 기준으로 적용하는 현 선거구 획정 방식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선거구는 총선 때마다 뒤틀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5일 춘천을 단독 분구하고, 6개 시·군을 붙여 하나의 선거구로 만드는 3년 전과 동일한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획정위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구 의석을 현행 8석으로 유지하면서 선거구를 재편했다. 우선 춘천은 갑·을 2개 지역구로 단독 분구했다. 춘천시의 6개 읍·면을 떼어 만든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선거구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여파로 또다시 ‘공룡 선거구’가 등장했다. 획정위는 현행 속초-인제-고성-양양 선거구 가운데 양양을 강릉에 붙이고, 속초와 접경지역을 하나로 묶어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를 만들었다. 무려 6개 시·군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은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1996년 15대부터 2020년 4·15 총선까지 24년 동안 선거구가 다섯 번 재조정됐다. 18개 시·군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지역 정서와 생활권을 무시당하며 여기저기 쪼개지고 합쳐지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20대와 이번 21대 선거에서는 선거 40여일을 앞두고 급하게 선거구가 획정돼 유권자가 철저히 외면당했다. 15대 당시 춘천, 원주, 강릉이 각각 갑·을로 구분돼 전체가 13석이었지만 2000년 16대 선거에서 9석으로 줄면서 큰 변화가 일었다. 일부 군 단위 자치단체는 선거 때마다 이곳저곳 붙여지며 ‘대의정치’ 의미가 사라졌다. 인제군은 15·16대에 속초-고성-양양과 붙어 있다가 17대에 철원-화천-양구와 하나로 묶이더니 21대에서는 다시 속초-인제-고성-양양으로 돌아왔다. 태백-정선은 17~20대까지 영월-평창과 묶여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동해-삼척과 붙었다. 이리저리 꿰맞춘 선거구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구는 인구, 행정구역, 지세, 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해 정해져야 한다. 같은 선거구의 유권자는 행정구역이라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경제적 이해를 함께하면서 생활하고 문화적·정서적 동질성 속에서 살아가는 게 정상이다. 이를 무시한 채 사는 곳과 투표하는 곳을 따로 정한다면 당선자가 지역 대표성을 갖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선거구 개혁의 본래 취지는 대표성을 높이자는데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지점은 정치적 합의의 부재다. 그동안 선거구 협상 과정은 극심한 당파적 갈등으로 인한 선거구 변경으로 확립할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선거구 조정은 국민 대표를 결정하는 중대사이므로 어느 한쪽이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혹여 어느 상대를 도려내야 할 적이 아닌 대표성 강화에 대한 사전 합의부터 다시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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