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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구 획정도 없이 시작된 깜깜이 22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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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예비후보 등록, 일정 범위 내 선거운동
선거제도 오리무중, 여야 정치 후진성 드러내
인구 편차 지키면서도 지역 대표성 살려내야

내년 4·10 총선이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신호탄으로 120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예비후보가 되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즉,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입후보자는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어깨띠 착용 등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120일간의 총선 일정에서 중요한 획을 긋는 날이지만 대한민국 정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선거구가 아직 획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으로는 선거 1년 전인 4월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이를 지킬 리 없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 논의에 착수한 건 지난 7일이었다.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가 지난 5일 선관위안을 국회에 내자 이때부터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불리하다며 선관위안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거구를 벼락치기로 획정하는 악습이 재연될 것임은 불 보듯 하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편에 대의를 갖고 시작할 의지가 없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될수록 그만큼 지역구 입후보예정자는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겪고, 유권자는 후보 선택을 위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선거구 획정의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획정위의 획정안 제출기한을 현행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는 선거일 전 13개월까지 획정안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한을 앞당기면 해당 위원회에서 획정안을 논의해 지역구를 확정하는 시점도 빨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획정위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그래야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될 수 있다. 국회에 소속된 의원과 정당은 선거구 획정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만큼 의견 조율이 어려운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획정이 늦어짐에 따라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나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 모두가 선거 직전까지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선거구 획정을 적절한 시점에 완료하려면 획정위의 독립성 제고를 통해 획정 기한을 준수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사실상 정당이 대부분의 위원을 선임하는 구조이므로 획정위 내부에서도 조기에 합의하기 힘든 실정이다. 또한 선거구 획정에 있어 인구 기준 이외에 면적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인구 기준만을 엄격하게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거대선거구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처럼 면적이 선거구 획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인구수 대비 면적요인을 선거구 획정에 반영할 때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적용할 것인지는 여야 합의를 통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인구 편차를 지키면서도 지역 대표성이 살아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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