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며 총파업 찬반투표를 17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보건의료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지역 주민들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에 도는 강원대병원과 도내 5개 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상 네트워크를 갖추고 파업 실행 시에도 차질 없는 환자 대응 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행인 것은 의사협회의 파업이 결정되더라도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위주로 진행되는 데다 도내 중증·필수의료 현장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도내 대학병원은 2년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강원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2024년도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결과 지원자가 ‘0’명이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모집난이 지속되자 2024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아예 뽑지 않았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지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사로, 충원하지 못할 경우 입원치료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과목에서도 미달이 이어졌다. 대동맥과 심장혈관수술 등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 진료를 담당하는 흉부외과는 강원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각각 1명을 모집했으나 마찬가지로 지원자는 ‘0’명이었다. 이처럼 의사 부족으로 지역 주민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과연 의협의 주장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지역 필수의료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면서 도내 대학병원 공공의료 관계자들은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전공의 교육 시스템 개선 등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왔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5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35년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지금도 지방 병원은 수억원대 고액 연봉을 내걸어도 의사를 영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응급실을 전전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료공백 문제를 풀려면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