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3년 전 코로나로 전 국민이 힘들었던 시기, 저에게는 인생의 권태도 함께 찾아왔던 시기였습니다. 문득 인생에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마흔 전 신춘문예 당선과 내 이름으로 된 희곡집 한 권 출판하는 거였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희곡작가님들이 계시는 ‘라푸푸서원’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첫 희곡을 썼네요. 호기롭게 공모전에 몇 번 도전해 봤지만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제 의지도 잠잠해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훌쩍 3년이 흐르고, 올해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해였던 것 같아요. 피하고 주저앉을 게 아니라 이참에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쓰고 또 쓰고... ‘묘전’은 그중 마지막에 가장 힘들게 썼던 희곡이에요. 쓰고 나서 가장 만족스럽고 뿌듯했던 희곡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을 해주시는 제2의 아버지 홍원기 선생님, 라푸푸서원 최원종 대표님, 연극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모든 은사님과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철부지 딸 때문에 고생하는 우리 엄마,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전가(田家)네 가족들... 그 사랑,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지난 13년간 나를 거쳐 간 내 삶의 원천인 제자들, 랑 1 ~ 9기 모두 사랑한다.
■심사평
‘희곡은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희곡의 무대화, 즉 연극적 특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응모작 중 많은 희곡이 한 편의 읽히기 위한 문학 또는 단순한 대화를 통한 줄거리의 전개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총 69편의 희곡을 심의한 결과, ‘거기서 거기’ ‘1인용 바다’ ‘곶자왈: 기적의 숲’ ‘창문 열면 벽’ ‘나를 잊지 말아요’ ‘꽃이 피다’ ‘무덤 전쟁’ 등이 최종 논의의 대상으로 남았다.
이 희곡들은 나름대로 무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었으며 또한 각각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었다. 다만 공통적으로 희곡으로서 갖추어야 할 극적 짜임새가 부족했으며 결말의 미흡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덤 전쟁’은 주제를 생동감 있는 연극적 언어로 풀어냈다는 장점과 결말의 미흡함이라는 단점을 함께 갖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무덤 전쟁’을 통해 확인된 극작가로서의 가능성에 공감하고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진남수·김혁수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