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병원이 새해 들어 병원 전산시스템을 교체했으나 진료 현장에서는 대기 시간 지연 등으로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사안은 강원대병원과 환자들간의 문제로 다루기 앞서 강원대병원의 무사안일과 기본적인 의무 불이행 및 공공병원으로서 그에 따른 신뢰 상실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강원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70대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장시간 기다리던 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렇다. 즉, 2023년 12월13일 오후 8시52분께 어지럼증, 두통 등을 호소하던 A(74)씨가 강원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A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대기실에는 먼저 온 환자 19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 측은 중증도에 따라 위중한 환자를 우선 진료하는 내부 절차를 따랐고, A씨를 경증 환자로 분류해 대기시켰다. 하지만 A씨는 응급실에 도착한 지 7시간여 만인 다음 날 새벽 4시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으나 결국 A씨는 목숨을 잃었다. 강원대병원 측은 사건 발생 9일 만에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무엇이 달라졌나. 강원대병원의 이번 전산망 교체로 인한 환자들의 장시간 대기 사태는 최근 병원 운영의 느슨함과 더불어 근무 태만의 병폐를 고루 드러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일이 터지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당장 대충 넘기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와 그에 따라 당연히 뒤따르게 돼 있는 원론적인 발표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즉, “환자들의 불편은 전산시스템 변경과 무관하게 일어난 일로 보인다”며 “예약전화가 아예 안 된 것은 아니고 홈페이지 예약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콜센터로 문의 전화가 많아졌고 평소보다 응대가 어려워진 점이 있었다”는 병원 관계자의 언급이 그것이다. 이래서는 강원대병원의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위한 의료 정책이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세워지기 어렵고, 의료 정책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강원대병원과 주민 간의 간격을 더욱 벌려 놓는 결과를 빚을 뿐이다.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70대 환자가 숨진 이후 병원 운영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성찰이 없었음을 보여 준다. 누구보다도 강원대병원이 병원 운영의 실상을 잘 안다. 내부 구성원의 업무 배치에 문제가 있다면 쇄신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의사가 부족한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이를 탓하며 응급 조치 미비로 환자가 사망하고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반복된다면 병원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 강원대병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그간의 병원 운영의 문제점을 솔직히 밝혀 이해를 구해 나가는 자세를 지금부터라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