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용띠 문화예술인 ]⑥유진규 마이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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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유배 기행으로 한해 열고…‘요선’을 문화로 채우기 매진
- 다양한 분야에서 ‘유진규’의 예술세계를 나누는 것이 소망

◇공연하고 있는 유진규 마이미스트.

마이미스트 유진규의 어릴적 별명은 ‘돌부처’였다. 현재의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선뜻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시절 그는 내성적인, 아주 조용한 아이였다. 유일한 소일거리는 놀고있는 친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하지만 어린 진규는 순간, 친구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진규야, 넌 안놀고 뭐하니?” 그의 시선 끝에 머물던 한 아이가 던진 말은 그에게 ‘각성’이라는 선물을 주게됐다. 관객에서 플레이어로의 변신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그 아이는 춘천을 ‘마임의 도시’로 만들어 버리고, 고희(古稀)를 가뿐히 넘어선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최고의 마이미스트, 퍼포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도시를 넘나드는 삶 속에 있는 그에게 안부를 물었다. 어디시냐고.

“어디긴 어디야. 집이지. (웃음) 우리 예술가들에게는 추워지기 시작하면, (예산지원이 시작되지 않는)이때가 딱 비수기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올 한 해 어떤 활동들을 할지 계획도 세우면서 편안하게 쉬고 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갑진년 새해 계획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진다고, 그래서 직접 만들고, 찾아 돌아다녀야 한다는 믿지 못할(?) 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 말 끝자락 머물던 것이 바로 ‘신유배 기행’이라는 프로젝트다. 예술가들이 기금 지원을 받지 못해 강제로 쉴 수 밖에 없는 연초 서너달의 상황을 풍자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춘천을 시작으로 서울, 진주, 통영 등 전국을 유랑할 공연할 예정이란다.

◇유진규 마이미스트

““놀면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한거죠. 말하자면 강제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한바탕 놀아보자는 컨셉트입니다. 마침 판소리하는 배일동씨 하고 얘기가 됐고, 페인팅 퍼포먼스를 하는 신은미라는 친구도 합류를 하고…. 공교롭게 성을 합치니 ‘신유배’가 된거죠. “우리 유배나 떠나자”하고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

몇해 전 자신이 배우로 출연해 영화로 만들어진 ‘요선(감독:장권호)’의 배경, 요선시장에 대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요선시장을 문화가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또다른 소망이라고 했다. “(그동안)요선시장을 좀 새롭게 부각시키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그게 좀 어려웠어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창촌집 앞에서 찍었는데 거기다 스크린 걸어놓고 영화를 상영하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을 5월쯤, 매주 해보는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춘천에서 지켜할 공간이니까요.”

올해 역시 레고랜드가 들어선 중도의 유휴공간들을 문화와 자연으로 채워나가는 운동도 함께 전개하겠다고 밝힌 유진규 마이미스트는 공연자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다져나가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저는 에술가면서 공연자 아닙니까. 그러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나의 공연과 나의 예술세계를 나눴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또 내 스스로 추구하는 것이 어떤 각자의 존재에 대한 이유나 또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니까…, 그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면 좋지 않겠나(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 ‘아시아1인극제·거창2024’의 예술감독으로 맡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 그는 “아시아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축제를 만들어 가고 싶다” 고 밝히기도 했다. 현장의 에너지가 가득힌 그의 한 해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가 가면 그게 길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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