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의료 이용 적게 하면 '최대 12만원' 인센티브…과도한 의료 이용 본인부담 비중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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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발표…질 높고 치료성과 좋아도 수가↑
물리치료 1개 기관에서 1일 1회 넘게 이용하면 본인부담률 올려
필수의료 분야 병의원에 더 많은 보상…건보 수가 결정 방식 변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병의원이나 약국 등의 의료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납부한 보험료 10%를 건강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되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면, 의료 이용이 지나치게 많은 가입자는 환자의 본인부담 비중을 높여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의료행위의 난이도와 시급성, 의료진의 숙련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진료량보다는 의료의 질과 성과에 따라 달리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의료 이용이 현저히 적은 건보 가입자에게 전년에 납부한 건보료의 10%를 연간 최대 12만원까지 바우처로 지원하는 '건강바우처'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건강 생활을 실천하고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발급받은 바우처는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복지부는 '분기별 의료 이용량 1회 미만'인 사람을 현저하게 의료 이용이 적은 사람의 예시로 들었다. 구체적인 대상자 기준은 추후 확정된다.

우선은 의료 이용량이 적은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뒤 전체 연령의 가입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신체활동을 하거나, 스스로 혈압과 당뇨를 측정해 관리할 때마다 포인트와 같은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강생활실천지원금' 사업의 대상자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보유하거나,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이면서 혈압이 120/80㎜Hg 이상이거나, 공복혈당이 100㎎/dL 이상인 건강위험군이 대상인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조정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과도한 의료 이용을 막기 위해 건보 가입자에게 분기에 1회씩 누적 외래 이용 횟수, 입원일수, 건보 급여비용 및 본인부담금 정보를 카카오톡, 네이버, 'The 건강보험' 앱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료 이용량이 많은 사람이 스스로 경계하며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하도록 돕자는 취지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외래 이용 횟수는 평균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9회의 3배에 육박한다.

복지부는 지나치게 의료 이용이 많은 사람이나, 필요도가 낮은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높일 계획이다.

본인부담률은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미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의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통상 20% 수준에서 9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더해 물리치료를 1개 기관에서 1일 1회 넘게 이용하면 본인부담률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종합계획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본인부담상한제나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 부담이 과도할 때 지원하는 제도이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는 본인부담상한제 대상이 아닌 일부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성형·미용 제외)에 대해 50∼80%(연간 최대 5천만원)를 지원하는 제도다.

건보료 체납으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화한다.

체납으로 인한 급여를 제한할 때 '연소득 100만원 미만+재산 1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연소득 336만원 이하+재산 450만원 이하'로 높여 더 많은 취약계층을 보호할 계획이다.

종합계획에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커진 소아1형 당뇨환자에 대해 당뇨관리기기를 지원하고, 적정 관리를 위한 교육·상담을 연 8회에서 12회로 늘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진=연합뉴스]

인슐린 자동주입기를 지원하면 환자 본인 부담이 연 381만원에서 45만원 수준으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국립대 등 거점 기관 중심으로 지역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지원과 퇴원 후 재택 복귀 지원을 위한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 도입, 의료-요양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 만성질환 통합적 관리체계 구축, 암·희귀난치질환 등에 대한 약제비 부담 지속 완화 등의 내용도 담았다.

국내 건보 지불제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말 그대로 진찰, 검사, 처치 등 개별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방식이다. 행위별 수가는 건보가 매년 병의원, 약국 등 유형별로 협상해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의료행위 가치를 업무량과 인력, 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상대가치점수'를 곱하고 여기에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된다.

복지부는 불합리하고 불균형한 보상 체계로 인해 의사들이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진다고 보고, 수가 결정 시 필수의료에 '더 큰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업무 강도가 높은데도 저평가됐던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를 집중적으로 높여 수가를 올리는 방식이다.

또 1년 단위로 의료비용이 적절한지 분석해 저평가된 항목을 위주로 신속하게 수가를 조정할 방침이다. 이때 고평가된 항목은 수가를 동결하기로 했다.

의료행위의 난이도와 위험도, 시급성, 의료진의 숙련도와 당직·대기 시간, 지역 격차 등도 보상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도 도입한다.

행위별 수가만으로는 보상이 불충분한 의료 행위에 대해 공공정책수가를 더해 추가적인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공공정책수가는 분만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역안전수가,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정책수가, 고위험 분만에 대한 정책 등에 적용된다.

기존 수가로는 보상할 수 없거나 정책적 수요로 인해 발생하는 항목 등에 수가를 더 준뒤, 주기적으로 필요성을 따져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얼마나 진료했냐가 아닌 의료의 질, 성과 달성에 따라 보상을 달리 제공하는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개별 의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매기는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기관이 더 많은 의료행위를 제공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여서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의료의 질적 서비스보다 양적 서비스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보상하겠다는 의미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의료 행위의 양(量)에 따라 보상하기 때문에 진료 건수는 많아지고 그만큼 환자당 진료 시간은 짧다"며 "중요한 것은 (의료행위는) 질인 만큼 결과에 따라 차등 보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안적 지불제도가 안착하면 '3분 진료'처럼 양(진료 건수)만 보는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 의료 질이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의료기관 97곳에만 시범 적용했던 신포괄수가제의 확대도 추진한다.

대안적 지불제도의 하나인 신포괄수가제는 환자의 입원 기간에 발생한 입원료·처치료·검사료·약제비 등을 미리 정해진 대로 지불하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다. 행위별 수가제의 과잉진료 문제와 기존 포괄수가제의 과소진료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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