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신문협회는 뉴스 검색 결과를 표시할 때 정정보도가 청구된 기사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노출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하라고 25일 네이버에 촉구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5일 정정·반론·추후 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에는 포털 검색 결과 페이지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노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서면과 등기우편 등으로 접수하던 정정·반론·추후보도 청구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이달 28일 웹페이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문협회는 이날 네이버와 네이버 뉴스혁신포럼 위원들에게 전달한 '네이버의 정정보도 표시에 대한 한국신문협회 의견'에서 "비판·의혹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 중' 딱지를 붙여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신문협회는 의혹이 제기되거나 비판 보도의 대상이 된 정치인·고위공직자·이해 당사자가 "'가짜뉴스'라는 오명을 씌우기 위해 온라인 청구를 남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 서비스를 독점하는 거대 포털이 오류로 판명되지 않은 기사에 낙인을 찍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4·10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온라인 정정 보도 청구가 악용될 소지가 커진 가운데 언론의 추가·후속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현행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제17조의2에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포털)는 정정보도 청구 등을 받은 경우 지체 없이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도록’ 한 것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자유와 공적(公的) 책임의 조화’라는 언론중재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표시는 기자를 잠재적 가해자 또는 악인(惡人)으로 낙인찍을 우려가 있다.
언론은 권력 감시와 여론 형성 등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은 조사와 취재과정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다툼이 있거나 쟁점 및 의혹이 있는 사안은 후속보도를 통해 밝혀낸다.
진실을 파헤치고 진상을 규명하려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오보가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취재 편집 과정의 착오 등에 의한 것이지 의도적‧악의적으로 날조한 거짓 보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헌법은 제27조 제④항에 ‘무죄추정의 원칙’(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무고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사건의 정확한 실체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조치는 비례·공정의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보도가 사실이나 일부 보도내용을 허위 정보로 규정해 ‘정정보도 청구 중’을 표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

해당 보도가 오류가 없다는 판명이 나더라도 이미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만으로도 언론은 신뢰도에 심각한 훼손을 입게 된다. 결국 언론은 정정보도 청구를 피하기 위해 자기 검열 과정을 강화하게 되고 권력 감시나 비판 보도에 대한 추가·후속 취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기사 본문뿐 아니라 검색 결과 페이지에도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표시를 다는 것은 편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편집권은 그 자체로 언론의 자유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신문협회는 총선을 앞두고 뉴스 정책을 바꾸는 것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비판 보도 등의 기사 유통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며 "네이버는 이번 조치를 전면 철회하고 언론계와 협의를 통해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론계에서는 네이버의 조치가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오류가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은 기사에 대해 사기업인 네이버가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다는 해석이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독자적으로 뉴스에 ‘품질이 안 좋은 뉴스’라는 딱지를 붙이겠다는 것”이라며 “언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네이버라는 대형 포털이 언론의 기본 역할을 침해했다. 위헌 가능성이 높은 명확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분쟁을 조정 및 중재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기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 등이 노출됐을 때 사람들에게 해당 기사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