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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오징어와 미역…출항 포기하는 동해안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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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오징어 잡이는 ‘개점 휴업’ 상태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하다는 지적도

◇8일 강릉 주문진항의 한 오징어 가게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강릉=류호준기자

【강릉】기후 변화 속 동해안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미역 채취량이 감소하며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강릉 주문진항 일대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 20여대가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이달부터 오징어 금어기는 풀렸지만,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출항을 포기하는 어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오징어 잡이 30년 경력의 어민 김모(64)씨는 이날 오징어 대신 복어를 잡기 위해 어구 정리에 한창이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금이라도 잡혀서 출항을 했지만 올해는 정말 씨가 말랐다"며 "마냥 쉬고 있을 수는 없어 복어라도 잡으려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돌미역 채취로 한창 바쁠 심곡항 일대 어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돌미역은 3월부터 5월까지 채취할 수 있어 지금이 제철이지만 잦은 수온 변화로 해초류가 성장하지 않아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도 채취되지 않는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 1~4월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57톤으로 전년 동기 313톤 대비 18% 수준이다. 3년 평균 682톤과 비교하면 8%에 불과하다.

기후 변화로 동해안 수온이 상승해 오징어 어군이 북상하고 있고, 해초류 성장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어선의 불법 남획도 오징어 고갈에 영향을 미쳤다.

변화한 어업 환경에 맞춰 어민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북 포항에서는 한 시의원이 오징어 조업난을 겪고 있는 동해안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올 상반기 오징어 생산 어업인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으며, 도에서도 이달 말까지 불법 어업 합동단속을 실시해 수산 자원 보호에 나서고 있다.

◇8일 강릉 주문진항 일대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 20여대가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강릉=류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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