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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이 만난 사람]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초고층 아파트 등 난개발 심각…강원 전역 새롭게 디자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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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잘한 것…선택과 집중 통해 차별화 필요
강원도 난개발 문제 심각…곳곳이 초고층 아파트로 뒤덮여
'강원도 디자인'과 '경관 형성을 위한 개발과 고민' 시급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지난 12일 평창의 한 호텔에서 신형철 정치경제담당 부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김진선 전 지사는 최근 강원특별자치도행정동우회에서 오랜 지인들과 만나 강원자치도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도심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곳곳에 경관을 가리는 초고층 아파트로 강원도의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원도 디자인'을 설파하고 있는 김 전 지사를 지난 12일 평창 오대산 월정사 인근에 위치한 켄싱턴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잘 지냈다. 근황이라는게 뭐 이제 흔히 얘기 하면 세상 사람들이 살면서 힘들다 괴롭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힘들다는 것은 짐을 지고 있어 힘든 것이다. 괴로운 것은 탐욕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욕심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마음 비우고, 욕심 비우고 하면 가볍고 편해진다. 지금 그렇게 편하게 가볍게 지내고 있다. 건강도 다행히 내 기준으로 봤을때 좋다고 생각한다."

■ 오대산에 꽤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절 인근에 산실을 하나 얻어 놓고 있다. 한달 기준으로 서울과 이곳에 각각 절반씩 머무른다. 그때그때 일정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데 벌써 7년이 됐다. 잠깐 사이에 7년이 지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심신도 좋아졌다. 이곳에서 2019년에 올림픽 스토리도 마쳤다."

오대산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김 전 지사는 "사실 공직에 처음 들어올때 난 은퇴하면 낙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을 갖고 공직 생활을 했다. 이후 은퇴했는데 고향에 친인척들은 많지만 집이 없다. 또 시기적으로 낙향할 타이밍을 조금 놓쳤다. 그런데 산촌에 살고 싶고 해서 찾다가 여기 고향의 중간 정도에 오게 됐다. 원래 이쪽이 좋은 곳이기도 하고 과거 설악산과 오대산 모두 국립공원 정비 사업 당시 인연이 있어서 머물게 됐다."

■ 지난해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특별자치도는 잘 한 것이고 출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수고 하셨다. 다만 제주도와 강원도 이어 전북이 특별자치도가 되고 있다. 그럴 경우 자칫 말이 특별자치도지 이후에 보통자치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공직에 있을때 특별법과 특수지역 지원법 등을 만든 경험을 보면 그런 생각이 번뜩 든다. 그러니까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됐는데 특별자치도 중 하나로서 차별화 전략을 해야 할 과제가 생긴 것 같다. 다양한 과제들을 다하긴 해야겠지만 욕심을 내기 보다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 발전을 위해 새로운 물꼬를 틀 것에 집중해 물줄기를 확 변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그런점에서 강원도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면="최근 강원도는 동해안 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난개발 문제가 심각하다. 강원일보에서 그런 인식을 갖고 캠페인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거 도지사 이전부터 가진 생각인데 강원도는 일종의 변방이다. 거기에 분단까지 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원도가 중심이 될 수 있는지와 강원도적인 세상을 창조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도 그런 꿈을 갖고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점을 늘 고민했다."

김 전 지사는 이 대목에서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메모지를 한참 보더니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원도를 전국화 및 세계화 시켜야 한다. 강원도가 가진 특성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주요 분야는 관광과 레저 및 스포츠, 동계 스포츠, 휴양과 치유 등이다. 이런 분야에서 강원도는 자연과 풍광이 절대적 비교 우위에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사업과 첨단 생물 산업 등을 발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거 추진 한 것은 국제관광엑스포, 동계올림픽 유치 등이다. 또 산소길과 자전거길, 로맨틱 로드 등과 같은 시도들이 나왔다. 이런 시도와 과정을 거치면서 강원도는 엄청난 변화의 지표가 나타났고 아주 좋은 측면의 전망이 예측되고 있다."

■ 좋은 측면의 전망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가="동계올림픽을 계기로 KTX시대가 열렸다. 동서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동해안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망과 국도, 지방도 등이 거미줄처럼 돼 있다. 또 동해북부선 철도 개통과 인천에서 월곶~판교~광주~이천~원주~강릉 으로 이어지는 또하나의 KTX가 생기게 된다. 이같은 교통망에 따라 강원도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럴 경우 강원도는 투자 붐이 일게 되는데 이미 현재 그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이제 왔다고 본다. 강원도로서는 기회이면서도 위기라고 진단한다. 위기는 바로 난개발이다. 이미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막무가내로 난개발이 진행되면 진짜 본질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지난 12일 평창의 한 호텔에서 신형철 정치경제담당 부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 난개발을 막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이미 좀 늦은감이 있다. 몇년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 했는데 답답하다. 제안을 한다면 이제부터 강원도를 디자인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 주장의 핵심이다. 동해안과 내륙 등을 통틀어 전역을 다 새롭게 디자인 해야 한다. 거창하게 법을 만들어 제재하자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와 18개 시·군이 공동으로 작업을 해서 강원도를 디자인 해야 한다. 개발 해야 할 곳을 지정하고 어떤 수준으로, 어떤 모습으로 해야 하는 것 등을 만들어야 한다. 강원도만의 특수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관리하고, 최선으로 활용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과거에는 투자와 개발을 적극 유치하는데 노력했다면 이제는 좋은 모습의 개발을 잘 유도해 가자는 말이다."

■ 이같은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지금 대한민국은 소위 국토 공간 전략 또는 도시와 지역 형성의 전략 등이 사실상 방임 상태라고 본다. 즉 대한민국에는 서울과 수도권만 있다. 수도권만 무한정 넓어지고 있다. 다른말로 지방은 없다. 균형 발전이라는 용어가 의미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 지방의 작은 유명 관광지 마다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져 있다. 이것을 초고층 아파트 괴물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울 한강변 뿐만 아니라 동해안도 작은 틈만 있으면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진다. 경제 논리를 따지고 주택난을 따져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지는데 아무리 봐도 이런식의 개발은 맞지 않다고 본다."

잠시 창밖 정원을 바라보던 김 전 지사는 "강원도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투자가 생기고, 투자자가 나오니까 각 지역도 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하고 있다. 만일 지금 대책을 안 세우고 방치하면 도 전역이 모두 초고층 아파트화 된다. 대한민국이 경제 발전도 했지만 이제는 국토 공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숙고해야 한다. 강원도 역시 경관 형성 개발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균형발전만 얘기해서는 안된다. 자연이 좋아 강원도를 찾는데 이런 난개발이 계속될 경우 자연도 잃고 지역 발전도 잃게 된다."

■ 강원도를 디자인하고 경관 형성을 위한 방법이 있다면="자치단체가 전문가들과 지역 주민 등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제는 주민들의 인식과 지식이 높아져 조금만 논의하면 지역이 가야 할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각 지역별로 절대 개발해서는 안되는 지역과 허용되는 곳 등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사례를 만들고 모델을 만들어 협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강원도의 가치와 경쟁력인 자연환경을 망가트리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위기를 맞게 되는데 지금 조짐이 보인다."

최근 전국을 다니며 역사와 문화를 둘러보고 있다는 김 전 지사는 "미래의 이상적인 강원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 분만 아니라 도민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도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나서 창의적으로 강원도의 경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도민의식인 강원도만의 정체성을 갖게된다. 도민의식이 모여 발현돼야 한다. 이상적인 강원도를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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