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교육의 시작은 믿음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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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강원초등교장협의회장
양양초 교장

저학년 공부가 끝나는 시간에 아이들 가는 모습 지켜보느라 현관에 서 있는데 “교장 쌤!” 하면서 아이들이 달려와 품에 안긴다. “그래, 오늘 즐겁게 보냈어?” “네!” 아이들 밝게 웃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하루를 미루어 짐작한다. 교사는 이런 보람으로 산다.

지난해 4월 봄바람 조금 심하게 불던 날이다. 어떤 학교는 휴업했는데 정상적인 운영을 한다고 학교와 교육청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속상하지만 참아냈다. 그나마 아이 맡길 곳 없는데 휴업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울먹이며 전화한 학부모가 있었고, 모든 책임은 교장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틀 뒤면 스승의 날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교는 고사리손으로 건네던 꽃 한 송이, 가볍게 학부모가 건네는 몇천원짜리 커피 한 잔도 청렴의무 위반이라는 무시무시한 공문을 받는다. 선물 들고 오는 학부모가 있을까 방송사 카메라가 교문을 지키던 그런 시절도 겪어낸 우리들이기에 이런 것쯤은 자존심 상하지만 참을 수 있다. 우린 대한민국의 교사니까! 등교 시간 학교 앞 좁은 길에 차 세워 놓고 다른 차야 가거나 말거나 내 아이가 길을 다 건널 때까지 지켜보는 부모가 있어도 다 이해한다. 세상 어떤 아이보다 내 아이가 소중한 게 부모 마음이라는 걸 아니까! 집에서는 바빠서 아침밥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오는 아이들이 많아도 학교에서 해주는 급식이 맛이 없다느니, 국이 싱겁다느니 항의해도 참아내야만 한다. 그건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건, 이건 정말 아니다. 내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힘들다는 부모들이 많은 세상 하나같이 다른 수많은 아이 달래가며 가르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는 교사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교사 자격이 있냐! 애를 낳고 키워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냐!” 막말을 퍼붓는 부모가 있었다. 그것 때문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해 눈물 뚝뚝 흘리는 저 여린 선생님을 달래며 어쩌다 우리 교육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선배 교사로서 차마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었다. 이제 막 교직을 들어온 후배 교사들에게 이런 학교를 남겨두고 떠날 생각을 하니 가슴 먹먹해진다.

코로나로 어렵던 때 집에만 있을 아이들이 걱정되어 돌봄교실을 5반이나 운영했던 교사들이고, 일상으로의 전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학년별 체육대회, 학부모 상담주간 운영, 학부모 공개수업 그리고 축제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애쓴 교사들이다. 이런 교사들에게 교사 자격 운운하다니 참담하다. 초등교사는 교육대학에서 4년 동안 아동 발달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한 뒤 국가가 준 자격증을 받고, 그 힘들다는 임용고사를 치른 뒤 아이들 앞에 선다. 모든 교사들이 완벽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담임의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고 기다려 주면 아이들에겐 최고의 담임이 될 것이다. 그게 내 아이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학교는 부모와 교사가 서로 믿음을 가지고 아이가 잘 자라도록 서로 돕는 곳이다. 믿음과 사랑이 없는 곳에 더 이상 교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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