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석회석 폐광지의 미래 무릉별유천지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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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록 동해주재 차장

석회석 폐광지를 활용해 연간 십수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 한 무릉별유천지의 두미르전망대에 오르면 93만4,890㎡ 규모의 부지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청옥호와 금곡호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6월8일부터 시작되는 라벤더축제를 앞두고 자라나는 라벤더도 어른어른 연보랏빛을 수줍게 내보이고 있다.

시야를 조금만 들어 올리면 무릉별유천지와 대비되는, 눈이 내린듯 하얗게 깎여나간 돌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아직 석회석을 채광 중인 무릉1·2지구다.

1960년대 석회암 매장량이 풍부한 강릉, 동해, 삼척, 영월 등 강원 남부지역에는 대규모 시멘트 공장이 들어섰다. 이들 시멘트 공장들은 국가기간산업의 한 축을 맡아 1970~1980년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동해 삼화동을 비롯한 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분진 등 인해 오랜기간 피해를 입어 왔고 석회석을 생산하며 발생한 산림훼손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강원지역에는 전국 석회석광산 104곳 중 52.9%인 55곳이 있으며, 채굴량도 전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내 55곳 중 8곳은 시멘트 제조용 석회석을 생산하는 대규모 노천 광산으로 ,이로 인한 훼손 면적은 1,602만여㎡에 달한다.

현행법상 폐광을 하면 원상복구가 원칙이지만 산을 깎는 노천광산의 경우 실질적인 원상복구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구에 대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 사례가 무릉별유천지다. 무릉별유천지는 1968년부터 석회석을 채광하던 무릉3지구였다. 시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무릉3지구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 빼어난 풍광 덕분에 입소문을 타며 올해 방문객 5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석회석 폐광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데 있다. 동해의 경우 10년 안에 무릉 1·2지구의 채광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규모가 무릉별유천지의 3배가 넘는 100만평(330만㎡)에 달한다. 무릉별유천지의 경우 2017년부터 현재까지 3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무릉 1·2지구의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정된 지자체 예산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셈이다.

동해시는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에 광산 폐광지역 지원 특례조항 반영을 요청하고 있다. 주로 석탄에 적용되던 폐광산의 범위를 확대해 폐광산과 그 주변지역을 광산폐광지역으로 지정하고 광산폐광지역의 개발 및 활용을 광해방지사업의 범위에 포함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석탄 등 광산 폐갱도에 대한 현황조사도 이제서야 막 시작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정확한 면적도 파악되지 않은 노천광산의 정부 지원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게 느껴진다.

다만 시멘트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멘트 페광지에 대한 문제는 두미르전망대에서 바라본 무릉1·2지구의 모습처럼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올해 더 많은 즐길거리로 무장한 무릉별유천지 라벤더축제가 다음 달 8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축제를 즐기고 두미르전망대(멀어서 어렵다면 루지전망대)에 올라 별천지로 탈바꿈한 3지구와 채광 중인 무릉1·2지구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면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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