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모든 소리가 잠적한 날, 우리는 잘잘못을 따지며 하루를 되짚고 쉽사리 잠을 자지 못한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밤이라 할지라도 다른 것이 있다면 결국은 반드시 아침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평창 출신 강수경 시인은 시집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를 펴내며, 우리의 삶에 환한 아침을 선사한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 꾸밈 없는 그의 시가 몇 번이고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는 자연을 자연이라 말하고, 사람을 사람이라 말한다. 무한한 깊이감을 가진 그의 시는 깊지만 투명하다. 그는 자신을 넘어 인간을 분석한다. 그가 내린 분석 결과는 이렇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건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더 나아가 운명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순리였다고 자위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들이 쌓이고 인간은 점점 스스로가 만들어 낸 세계와 부딪힌다는 것이다.
태어나고 자라며, 죽는 그 순간까지도 무엇 하나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둘러싸인 사람들을 보며 강 시인은 이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 표제작이기도 한 그의 시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는 강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여실히 드러난다. 무엇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 끝내 좌절한 오늘은 결국 어제가 되고, 우리에게는 불확실한 세상인 ‘오늘’이 또 한 번 주어진다는 것이다.
강수경 시인은 “아픈 손가락들을 위해 집을 짓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그들에겐 집을 가질 권리가 있고, 내겐 그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문학의전당 刊. 120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