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출신 지창식 작가가 수필집 ‘역사 앞에서’를 펴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안에서 삶은 곧 역사가 된다. 그래서 일까? 작가는 사실을 써야 하는 수필의 속성은 역사와 닮아 있다고 말한다. 역사적 사건을 곱씹으며 풀어낸 작품은 작가의 생애와 맞물려 또 하나의 역사가 된다. 삼국시대에서 근현대사에 이르기 까지. 수필집은 억겹의 시간을 거슬러 간다.
오늘도 사연을 간직한 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지 작가는 소서노의 마음을 헤아렸다. 허탈감과 배신감을 견디며 살아온 그의 삶은 이 세상 어머니들의 주름을 연상시킨다. 이어 그는 고려 무신 이규보의 시에서 절절한 부성을 느꼈다. 사랑하는 자식들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아버지의 한은 천년의 시간을 지나 또 다른 아버지의 마음을 울렸다.
한 사람의 역사를 기록하는 수필가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지창식 작가는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 관심을 두다 보면 문득 어떤 느낌이 올 때가 있다”며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받은 느낌을 수필로 쓰기 위하여 관련 문헌을 찾아 읽고, 현장을 답사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글로 옮기는 과정. 되돌아 생각하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와소금 刊. 228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