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강원특별자치도 출신이 장관으로 임명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실세 여당 국회의원들이 즐비한 상황만을 놓고 보면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의 경우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 국회의원이 거명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몇몇 의원에게는 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입각 제의가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이양수(속초-고성-인제-양양)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현직 국회의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윤석열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선거기간에는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아 후보의 메시지를 총괄했다. 당연히 ‘친윤’으로 분류됐고, 대선 승리 후 농림축산식품부, 또는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 꼽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6년 넘게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 2022년 4월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 의원에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제의를 했다. 그러나 그는 사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번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해달라는 요청이 왔으나 이마저 자기 몫이 아니라고 돌려보냈다. 당시 이양수는 대선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정권 초기부터 내각에 들어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봤다. 선거가 끝나면 마치 전리품 나눠 갖듯 측근들이 대거 입각했던 다른 정권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유있게 3선 고지에 오른 이양수 의원은 최근 또다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계속 입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탁월한 정무적 감각과 적(敵)을 만들지 않는 원만한 스타일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 입장에는 자신의 의중을 잘 알고 있는 의원이면서 부처에서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카드이고, 해당 부처에서는 정치력을 가진 힘 있는 실세 장관이 와, 타 부처에 밀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많아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림축산식품부는 호남 또는 충청, 해양수산부는 부산 출신이 주로 맡아왔던 분위기에서 강원 출신 이양수가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로 여의도에서는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정치평론가 등을 두루 거치면서 쌓아 올린 그의 정치력과 협상력에 대한 평가는 상당하다.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지난 21대 당시 그는 거대 야당을 상대하면서도 국민의힘이 받아올 것은 다 받아왔다. 여기에 지역구의 주요 현안들도 거의 다 해결했고 특히, 농해수위 산하 기관·단체에서 강원 출신들의 전례 없는 약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수면 위에 올라 질타의 대상이 돼 본 적이 없다. 그의 입각설은 이렇게 소리 없이 움직이면서도 해결할 것은 깔끔하게 풀어내는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 의원은 당장 입각할 것 같지는 않다. 몇 가지 변수가 생겼다. 첫 번째가 총선 결과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국회의원의 인적 구도상 이 의원이 정부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인원도 부족한데다 국회 내에서 그의 역할이 필요해서다. 두 번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의 임기다. 현재 이 부처 장관들은 지난해 12월에 임명됐다. 당장 중요한 현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장관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 의원 스스로가 3선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 진 상황에서 굳이 장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부처의 입법과 정책심의, 예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임위원장이 장관보다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장·차관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이같은 입장은 도내 여당 의원들도 비슷하다. 그래서 당장 도 국회의원들이 입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어디서든 힘 있는 위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국회 못지않게 정부에서도 강원을 위해 힘써줄 사람이 필요하다. 부처에서 지역 인맥들을 키우고, 요직에 배치하는 데에도 국회의원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 이런 기회가 우리에게 언제 또 찾아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