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원 출신 박서련 작가가 소설 ‘폐월; 초선전’을 펴냈다.
전작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체공녀 강주룡’ 등으로 입체적인 여성서사를 보여준 박 작가. 이번 작품에서는 삼국지 속 ‘초선’의 삶을 재해석했다. 너무 아름다워 달이 얼굴을 가렸다는 미인. 작품은 그저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소비되어 온 초선에게 목소리를 부여했다.
거지소굴에서 장수의 눈에 띄어 양녀가 된 소녀. 관리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여성이 관모에 손 댈 수 있는 방법은 왕의 관모를 관리하는 ‘초선’뿐이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휘둘리는 동안 세상은 그녀를 제멋대로 소비했다. 누군가는 유약한 소녀라며 그녀를 동정했고, 또 누군가는 영악한 악녀라고 손가락질했다.
“나는 이제 아무도 애모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귀애받지 않는다…대의와 명분을 우스개로 여기며 끝끝내 오래도록 나는 살아남고 만다. 살아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폐월; 초선전 中)
하지만 작품은 초선을 비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가난하고 흉흉한 삶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생존자이며, 거짓말로 역사를 바꾼 영악한 여인이었다. 작품 속 초선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욕망했으며, 욕망을 위해서는 지력과 미추를 모두 이용했다.
박서련 작가는 “나의 초선은 살아남는다. 이것이 당신이 원한 이야기였는지 묻지 않겠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여자는 살아 있다”는 작가의 말을 남겼다. 선과 악, 사랑과 폭력으로 점철된 세월 속에서 거지이자 양녀, 가기이며 평범한 인간으로 존재한 초선을 만나본다. 은행나무 刊. 243쪽.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