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내년엔 국내 모든 초·중·고에 AI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된다. 세계 석학들은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부르짖는다. 하지만 막상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AI를 활용해야 학습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건지 막막하기만 하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과 강원일보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AI교육 및 에듀테크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싱가포르를 찾았다. 먼저 싱가포르의 초·중 교과과정에서 활용되는 AI교육과 에듀테크 사례를 분석해보고, 다음 시간에 강원지역 AI교육의 역량 제고에 적용할만한 시사점과 정책방향을 탐색한다.

■‘세계 1위’ 싱가포르 AI교육의 비밀=싱가포르는 AI를 활용한 교육에서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ICT교육사업 마스터플랜 1기’를 무려 27년 전인 1997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학교 정보화의 기본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고 이후 교사들에게 일정 수준의 디지털능력을 갖추게 하면서 교육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이 널리 활용됐다. 2020년부터 2030년까지는 ICT교육사업 마스터플랜 5기 ‘교육정보화사업(에듀테크 플랜)’이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교육 및 학습능력 강화가 그 핵심이다.
한국은 ‘디지털교과서’가 내년 도입되지만 싱가포르는 2020년에 이미 모든 초·중등 학생에게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학교가 문을 닫게되자 발빠르게 재택학습에 최적화된 교육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현재는 또다른 전염병에 대비해 한달에 한번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재택학습의 날’을 완전히 정착시켰다. 정부 주도 교육, 온라인과 AI 기술의 효과적 활용은 싱가포르 교육 시스템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AI 중요성을 간파한 싱가포르 정부의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초에도 향후 5년간 AI 개발에 우리돈 9,000억원을 투입하는 ‘국가 AI전략 2.0’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로 AI 기반 학습 플랫폼 도입=싱가포르 교육부는 2018년 AI가 적용된 국가적 온라인 학습 공간 SLS(Student Learning Space)를 전국 초·중·고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무상으로 지원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국가 봉쇄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안정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SLS는 학생, 교사 모두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접속이 가능하며 질문과 생각들을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SLS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유연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교과서를 포함한 디지털 교육자원을 제공받는다. 교사는 AI 학습 분석기능을 통해 학생의 학습을 추적하고, 학생의 진행 상황과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교사들과 서로 모범 수업사례 및 수업 방법에 대한 팁을 공유할 수도 있다.
교육으로 인한 기회의 불평등은 전 세계적인 화두다. 다민족국가인 싱가포르는 이같은 불평등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데 에듀테크를 활용해 해소하고 있었다. 학력 향상뿐 아니라 전인교육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교사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싱가포르의 교육 정보화사업은 교사가 중심이다. 인재 양성의 큰 틀 안에는 우수한 교사 양성 및 활용도 포함된다.
싱가포르국립대의 벤렁(ben leong)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싱가포르가 AI를 활용한 이유는 교사를 더 많은 학생과 연결하고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며 “AI가 도입돼도 교육의 핵심은 언제나 교사”라고 전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교사 역량 강화=싱가포르는 AI를 활용한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운영하는 ‘교사 학습의 날(트레이딩 데이)’에는 학생은 등교하지 않고 오직 교사들만 참여한다. 교사들은 최신 AI 기술과 교육 방법을 배우며,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신소희 전 싱가포르 오차드국제학교 교사는 “싱가포르의 교사는 ‘가르치는 것’과 ‘잘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단 두 가지만 하면 된다”며 “교사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연수와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며 이는 싱가포르 교육 시스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