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 의료 공백 최소화해야

강원지역 4개 대학병원에서 126명의 전공의가 사직 처리됐다. 보건복지부는 3월 기준 전공의 1만4,531명의 56.5%인 7,648명이 사직(임용포기 포함)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도내 대학병원에서는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172명의 전공의 중 54명이 사직했다. 강원대병원은 118명 중 31명, 한림대부속춘천성심병원은 57명 중 17명, 강릉아산병원은 38명 중 24명이다. 전공의 사직과 관련해 도내 4개 병원에서는 올 하반기 92명의 전공의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는 도내 대학병원 전체 임용 대상자 385명의 약 24%에 불과한 인원이다. 병원별로는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이 28명을 모집 신청했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25명, 강릉아산병원 20명, 강원대병원 19명 등이다.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는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더 늦출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무더기 사직으로 매년 배출되는 3,000명 규모의 전문의가 내년에는 수백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마저 집단 유급되면 의사 양성·수급 시스템은 연쇄적 붕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 공백·혼란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됐다. 의사 부족, 필수 지방 의료 확충 등은 시급한 현안이 됐으며 의료 시스템마저 기능을 잃게 됐다. 수도권이고 지방이고 의료 현장의 혼란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의료 공백의 장기화는 이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 하루아침에 국가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 반토막 났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사태를 풀어나가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전공의 이탈로 중증 환자 수술과 진료가 지연되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전공의 복귀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권역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료계 요청을 거부하면서, 지방 병원 전공의가 이 기회에 서울 대형병원으로 대거 이동하려 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의 추가 채용 지원을 서두르고, 하루빨리 간호법을 개정해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전공의들도 더 늦기 전 9월 하반기 모집에 나서 환자 곁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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