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춥고 쓸쓸한 사랑을 노래하다…‘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

◇서이령 作 ‘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

강원작가로 등단한 서이령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을 펴냈다.

차갑고 무정한 동시에 뜨겁고 진득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시인의 언어.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감정은 사랑과 고통이다. 지워도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 놓인 화자는 자신의 눈에 비친 모든 사물에서 지독한 사랑을 읽어낸다. 첫 번째 시집 '오래된 맑음'에서도 투명과 불투명을 교묘하게 연결하며 삶의 맑음으로 도달하는 여정을 그린 서이령 시인.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로 감정의 밑바닥을 찌른다.

“나는 보이는데/너는 보이지 않는다고/처음 보는 사람처럼 기다린다/같은 방향을 가면서도/서로 꿈이 다르듯/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모르는 사람처럼 만날 것이다” (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 中)

4부에 걸쳐 이어지는 작품들은 사소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시어들로 가득 차 있다. 화려한 표지만 남고 덮여버린 책에서는 무정히 끝나버린 관계가, 넘어가는 달력에서는 접히고 바랜 누군가의 마음이 스며있다. 가장 춥고 쓸쓸하게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세 번째 출구에 다달아 만난 그의 시 세계에는 단지 고통으로만 점철될 수는 없으며 언젠가는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를 만나게 되리라는 추상이 깨달음처럼 어려 있다. 문학의전당 刊. 114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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