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정부, 화천댐 용수·동해안 송전선로 일방 추진하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력 공급 위해
기획재정부, 한전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주민 생존권과 직결, 의견 수렴 절차 거쳐야

정부가 경기 용인시에 조성될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를 화천댐에서 끌어다 쓰겠다는 발표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여기에 공급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겠다는 결정은 주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즉,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화천댐 용수와 동해안 송전선로 문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주민들의 권리를 외면하는 행위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에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신속하고 차질 없는 전력 공급을 위해 345kV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함에 따라 올 6월25일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련 사업 예타 면제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전력을 동해안에서 강원도를 거쳐 용인까지 끌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이해할 만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깨뜨리는 행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용인에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한전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예타를 면제받았다는 사실은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주민들의 권리를 무시한 결정이다. 특히 한전이 추진하는 동해안~신가평 500kV 직류 장거리 송전망(HVDC) 건설에 대한 강원도 주민들의 반발은 심각하다. 주민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예타가 면제된 것에 대한 반감은 당연하다. 이는 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화천댐에서 발전에 이용된 물을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문제다. 화천군의회와 번영회 등은 화천댐 방류량이 늘어나면 관광산업이 퇴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화천 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로 정부가 일도양단식으로 결정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빈틈없이 검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강원도의 지리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주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주민들과의 소통은 중요시하지 않은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송전선로와 용수 공급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며 지역사회와의 조화로운 발전을 목표로 그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원만하게 반영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정책은 결국 더 큰 갈등을 초래하며 지역경제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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