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2025학년도부터 전면 도입된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진로와 적성에 따라 교과목을 스스로 골라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해야 하는 새로운 교육제도라는 이야기다. 취지대로라면 이 제도는 고교 교육 현장에서 국어·영어·수학·사회 등 과목의 수업 시간이 줄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 비중이 늘어나게 되는 그야말로 공교육의 대변혁이다. 획일적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 스스로의 특성을 찾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원이 중요하다.
특히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많은 교원이 필요하지만 중등교원 선발 인원은 급감할 것으로 보여 교육 현장에서 업무 과중과 교육여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사전 예고한 ‘2025학년도 강원특별자치도 공립 유·초·특수학교(유·초) 및 중등교사 선발 예정인원’에 따르면 내년 도내 중등 교과 담당교사 선발 인원은 91명으로 올해의 158명에 비해 67명(42.4%) 감소할 것으로 예정됐다. 중등교원은 정년퇴임 80여명, 명예퇴직 200여명 등 매년 평균 280여명의 자연감소가 이뤄지고 있다. 내년 중등 교과교사 선발 규모가 급격히 줄면 일선 학교의 인력난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지역과 학교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도교원단체총연합회가 “도내 교사 신규임용 감축으로 강원교육은 황폐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의 관점에서 교원 증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과목이 개설되느냐는 학교나 교사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도시와 지방, 사립과 공립, 학군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교사가 부족한 농어촌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과목에서 소외돼 교육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 기관을 찾게 하는 사태가 빚어져서는 안 되며 현장 교사들의 비판 또한 귀담아들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학교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부족한 우수 교원 등 교육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우선돼야 하고, 과목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본격 시행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제기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등 빈틈없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고교학점제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사 확보가 선결 과제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