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사전에 검토되어 계획된 일이 대부분이지만 구성원이나 민원인들의 요구로 인해 예상치 않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지역마다 예산 규모나 기타 재정 여건상 차이는 있겠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계획된 사업과 지역 주민의 요구를 충족시킬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여야 하는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은 여러 해결하여 할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서도 필자가 근무하는 영월교도소의 구성원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건의한 사항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추진한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퇴근 후 영월읍에서 운동이나 동료들과 가벼운 식사에 술 한잔을 기울이고 교도소로 돌아오려면 택시를 타거나 작은 고개를 넘어 3㎞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여야 한다.
영월읍에서 교도소 방면으로 운행되는 버스는 하루에 몇 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저녁 6시 이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지난 1월말 부임 이후 아름다운 영월읍내 이곳 저곳을 매일 걷기로 마음 먹고 실천 중에 있다.
하지만 매번 영월읍으로 나설 때면 마주하는 언덕 정상부터 인도가 없는 200m 차도 구간은 필자를 항상 긴장케 하는 위험한 구조이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어두워져 읍내에서 교도소로 돌아올 때면 세차게 달리는 차량에 가슴을 쓸어 내리는 일이 매번 반복된다.
직원 회의 때 영월읍으로 오가는 보도 사정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들 수년 전 영월에서 근무했던 동료가 회식 후 고개를 넘어 걸어오다가 큰 교통 사고를 당한 사례를 전하며 가급적 야간에 혼자서 그 길을 걷지 말 것을 권했다.
교도소 직원들과 대체 복무 요원은 물론 주민을 위해 꼭 개선돼야 할 사안임을 확신하게 됐다.
영월에는 군수를 주축으로 검찰, 법원, 의료원, 농협 등 11명의 기관장으로 구성된 ‘수요회’가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 지역사회의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최명서 영월군수에게 교도소와 영월읍을 오가는 고갯길의 보도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개선을 요청했다.
이미 최명서 군수도 그 문제점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고 도로변 토지가 개인 소유로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이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몇 차례 더 요청을 했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등 쉽지 않은 일이라 체념하며 잊고 지냈는데 올해 하반기 보도 신설 공사가 확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아울러 교정시설특성상 경비와 보안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수용자 도주시 신속한 이동 경로 및 소재지 파악, 조속한 검거를 목적으로 영월군 CCTV 통합관제센터의 영상 정보를 활용에 대한 업무 협조를 요청했다.
군 공무원의 적극적 검토로 국무총리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심의 안건을 상정해 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9호에서 말하는 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보아 CCTV통합 관제 센터의 개인 영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심의·의결을 통보 받았다.
이것을 토대로 지난 1일 군청에서 군과 교도소는 업무 협약도 체결하는 성과가 있었다.
기관 간의 협업을 통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것은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에 매우 중요함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지역에 위치한 국가 기관으로서 건의·요청한 문제들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 해결해 준 모범 사례로 소개하면서 무엇보다 그런 사항들에 대해 소통과 관심을 보내준 군수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공직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