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연이은 강진으로 '난카이 해구 대지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일본에 12일 제5호 태풍 '마리아(MARIA)'까지 상륙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태풍 마리아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이와테현 오후나토(大船渡)시 부근에 상륙한 뒤, 오후 2시 현재 도호쿠 지방을 지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태풍이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에 상륙한 것은 195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016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2016년 태풍 때는 이와테현 노인시설에서 9명이 숨지는 등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태풍은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중심 기압이 985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25m/s로 이와테현에서 아키타현 쪽으로 북서진하며 혼슈 북부를 횡단한 가운데, 오후 2시에는 중심 기압 994hPa,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20m를 기록했다.

이와테현은 이날 오전 구지시에 있는 다키댐의 저수량이 상승하면서 긴급 방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구지시는 댐 하류 하천이 범람할 우려가 있다며 오사나이초 등 하천 주변 지역 4천177가구 8천300명에게 즉시 피난을 요구하는 가장 높은 경계 수준인 경계 레벨 5단계 '긴급안전확보' 지시를 발령했다.
태풍 영향으로 이미 이와테현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3시까지 기상청 통계 작성 이후 최다인 48시간 동안 478㎜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도호쿠 지방에서는 이날 정오부터 13일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최대 200㎜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 언론은 향후 며칠간 이 지역에 내리는 비의 양이 평년 8월 한 달 강우량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도호쿠와 도쿄, 오사카를 잇는 항공편 86편을 결항했다.
JR동일본도 이날 오후부터 고속열차인 아키타 신칸선의 아키타와 모리오카 간 상하행선 운행을 중단했다.
마이니치는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은 강한 비가 내리기 쉬운 지리적 특징이 있다"며 지난달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던 도호쿠 서쪽 지방에서는 하천 범람 등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도통신도 "태풍이 동해로 빠져나간 뒤 속도가 느려져 도호쿠 지방과 홋카이도에 미치는 영향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NHK는 '거대 지진 주의' 대신 '태풍 5호 이와테현에 상륙' 자막을 내보내며 태풍 이동 경로와 주의 사항을 반복해서 전달하고 있다.
제6호 태풍 '손띤(SON-TINH)'과 제7호 태풍 '암필(AMPIL)'의 등장도 변수다.
베트남 신화 속 산신의 이름을 따온 손띤은 12일 오후 3시 기준 중심기압 998hPa, 최대 풍속 초속 18m/s로 일본 도쿄 동남동쪽 약 1160km부근을 지나고 있다.
손띤은 북서 방향으로 진출해 13일 오전 3시께 센다이 동남동쪽 약 860km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2일 오후 5시 기준 24시간 이내에 '암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12호 열대저압부는 오는 16일 오후 3시 기준 일본 도쿄 남남동쪽 약 560km부근 해상을 지나며 손띤보다 도호쿠 지역에 보다 근접해 지날 전망이다.

한편, 이같은 태풍 예보와 더불어 강진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본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규슈 남동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오후 4시 43분께 규모 7.1 지진이 발생해 최소 12명이 다치고 가옥 2채가 무너졌다.
당시 일본 기상청은 전문가가 참여한 평가 검토회를 거쳐 태평양 연안에서 거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평소보다 커졌다고 판단해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는 '거대 지진 경계'와 '거대 지진 주의'로 나뉘며, 이번에는 위험 수준이 낮을 때에 해당하는 '거대 지진 주의'가 발령됐다.

또, 규슈 미야자키현·오이타현·가고시마현과 시코쿠 고치현·에히메현 등지에는 쓰나미(지진해일) 주의보가 발령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높이 50㎝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다음날인 9일에도 도쿄 서쪽 수도권 지역인 가나가와현에서 오후 8시1분께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언론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빌어 이날 가나가와현 지진은 전날 기상청이 발표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인다고 해설했다.
지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일 낮 12시 29분에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 북북동쪽 476km 해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또다시 일본 전역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연이은 지진이 우려되는 이유는 '난카이 해구 대지진'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난카이 해구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구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지진이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구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나면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