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전화, 문자 그리고 스토킹

김정환 춘천지방법원 판사

판사들은 당직근무를 하게 되면 법원에 평일 일과시간 이후 및 공휴일에 접수되는 영장 청구사건 및 그밖에 각종 잠정조치, 임시조치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필자도 2년 가까이 평일 또는 공휴일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 당직근무를 하면 그날의 접수 현황에 따라 처리하는 사건수, 사건유형이 매번 다르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당직근무를 하면 매번 스토킹에 관한 잠정조치 사건을 처리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토킹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일반인들은 대체로 연인관계나 이성관계에서 한 쪽이 상대방을 따라다니는 모습을 떠올릴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이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스토킹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그런데 법률은 스토킹으로 볼 수 있는 행동을 폭넓게 정하고 있다. 우선 스토킹에 관한 법률로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그 중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라 한다)은 스토킹 행위의 구체적 내용, 스토킹에 대한 제재조치,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에 의하면 스토킹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①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② 상대방등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③ 상대방등에게 전화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 도달하게 하는 등의 행위, ④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⑤ 상대방등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스토킹범죄는 이러한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위와 같은 스토킹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스토킹행위는 연인관계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 필자가 접한 사례를 보더라도 평소 교류하였으나 사이가 틀어진 이웃 주민, 교류가 전혀 없었던 아파트 주민, 심지어 자신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하여 그 전화를 받은 사람과 같이 스토킹행위의 상대방은 매우 다양하였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행동 외에 전화하거나 휴대전화로 문자나 사진, 영상을 보내는 행동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지고,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한다면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휴대전화를 통한 전화시도, 문자메시지 전송이 주된 유형의 스토킹행위였다. 누구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고, 손쉽게 연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락을 반복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행위라는 인식이 그닥 없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는 스토킹이 갖는 사회적 해악, 스토킹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스토킹행위의 유형을 폭넓게 정하고 있고, 스토킹행위 초기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상대방에 대한 연락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이나 감정을 표현하려 여러 차례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전송하다 보면 어느새 스토킹범이 되어 연락제한의 잠정조치를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통신수단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무형적으로 접근하는 행동은 비도덕적인 행동을 넘어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하면서, 연락을 받고 싶지 않은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질서가 확립되길 기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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