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에서 활동하는 박상규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벌써를 찾아서’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내 안의 나를 찾아’, ‘어디로 가는 길인가’, ‘마음의 색채’, ‘다시 읽고 싶은 시’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그의 시는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를 전한다.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가 켭켭이 쌓인 시는 오래토록 그를 ‘나’로서 머물게 한다. 시간이 흘러 자신만의 나이테를 만들어 가는 박 시인은 다시금 시의 나이테 속에서 멈추지 않고 원을 그려낸다. 그에게 시는 한 곳에 고이지 않게 하는 힘이다.
간직하는 법을 모르고 비우기만 하는 우산을 바라보며 쓴 시 ‘우산’은 상대를 감싸주는 일을 할 뿐이지 정작 떨어지는 빗줄기를 피할 길이 없다. 김 시인은 어쩌면 계속해서 자신을 비워내는 작업이 결국은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웅크리지 않은 채 자신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우산을 보며, 약간의 민망함도 느낀다.
또 다른 그의 시 ‘벌써’는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반복해서 바뀌는 계절 앞에서 우리의 모습은 계절과 함께 변화를 맞이한다. 멈추지 않고 끝없이 나아간다는 것은 인간이 지닌 가장 큰 가치일 수 있다. 하지만 무한하지 않은 시간 앞에서 그는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벌써 이만큼이나 흘러버린 세월을 바라보며, 그저 박 시인은 묵묵히 자신의 나이테를 더하고 있는 중이다.
박상규 시인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고맙다. 햇살이, 바람이 모든 생명이 그렇고 사람은 더 고맙다”며 “시의 나이테가 멈추지 않고 원을 그릴 수 있는 건 저를 믿고 지지해준 사람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청어 刊. 101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