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눈고양이는 죽었고, 남편도 우리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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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출신 故 강기희 소설가, 유고 소설 ‘겨울 동화’
아내 유진아 그림 작가로 참여

지난해 8월 1일 쉰아홉이라는 이른 나이에 훌쩍 세상을 떠난 정선 출신 故 강기희 소설가의 유고 소설 ‘겨울동화’가 출간됐다.

달아실 한국소설 시리즈로 나오게 된 이번 소설은 사실 장편 동화에 더 걸맞겠다. 당시 암투병을 하던 강기희 소설가는 출판사에 초고를 보내며 짤막한 메모를 덧붙였다. 생전에 꼭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아내와 함께 만들어보고 싶었던 동화인데 앞일이 불투명해 거친 초고만을 보낸다고 말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퇴고를 하겠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얼마 후 훌쩍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기고 간 따스한 이야기를 빛내듯 그의 아내 유진아 그림 작가는 책 곳곳에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그림을 담아냈다.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날, 강 작가는 눈으로 만든 눈고양이를 바라보며 언젠가 눈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유진아 작가에게 전했다. 하지만 유 작가는 태생적으로 죽을 운명을 가진 것들을 글의 소재로 담고 싶지 않았다. 남편을 향한 슬픔에 또 다른 슬픔을 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을 테다. 그런 그가 마지막까지 글을 쓰던 남편의 의자에 앉아 서툴고 부족한 그림을 드디어 완성했다. 함께 만들어낼 동화를 꿈꿨을 그를 생각하며, 유 작가는 책 말미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했다.

박제영 달아실 편집장은 “이 책은 소설가 강기희가 이승에 남은 아내와 독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겠지만, 반대로 아내와 독자들이 저승의 강기희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모르겠다”며 “강기희 형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완성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했지만, 미완이어서 오히려 더 슬프고 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동화가 됐다” 말했다. 달아실 刊. 188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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