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우리 가정·사회가 ‘한국다움’을 이어가는 방법

손명주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원지회 인구교육강사

요즘 한국은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영화, 음악, 식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대한민국은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인구 5,000만명 이상을 만족하는 국가들)에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가입해 국가경쟁력과 문화 영향력을 함께 인정받고 있는 나라가 됐다.

이렇듯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 올 6월19일 ‘인구국가비상사태’를 공식선언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실 우리는 이미 2006년 저명한 인구학자인 옥스퍼드대 콜먼 박사로부터 한국의 출산율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를 들은 바 있다. 2006년부터 시행 돼 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현재 2021~2125년까지 제4차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를 비전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그 효과는 미미하다.

그리하여 2023년 5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학술행사에 콜먼 박사를 다시 초청해 조언을 얻은 결과 그는 동아사아(대만, 한국, 일본 등) 국가는 가부장적 사회문화와 과도한 업무강도가 맞물려 서구보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가 크다며 이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구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 했으며 우리의 ‘한국다운’ 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소멸국가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버려야 하는 ‘한국다운’ 것, ‘가부장적 문화’는 무엇인가?

학교에서 수업 중 학생에게 ‘가부장적 문화’에 대해 질문하면 정확한 의미를 답하는 학생들이 적을 뿐 아니라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질문을 바꿔 보육·교육시설에서 아이가 아플 때 누구한테 전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경우 ‘엄마’라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역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절에 외가와 친가 중 어디를 먼저 가느냐는 질문에 친가를 택하는 비율이 더 많다. 이유는 ‘당연히 그래왔다’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 남녀가 결혼을 위해 가장 원하는 지원대책을 조사한 결과 남성 1위는 경제 지원, 여성 1위는 보육 지원으로 나타난 것을 보더라도 남성이 내려놓지 못하는 경제 압박과 여성이 벗어나지 못하는 가사와 양육의 가부장적 문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으며 과도한 교육열, 업무 강도, 업무환경을 만들어 다양한 문제로 발현됨을 알 수 있다.

지금 한국은 ‘한국다운’ 것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데 ‘한국다운’ 것을 지키면서 영향력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가져야 할 것인가? 대안은 국민이 안정된 가정을 이루기 위한 국가의 장기적 정책을 기반으로 현실과 상이한 관습의 틀을 깨고 함께 돕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 가는 꾸준한 인식 개선 교육과 실천이다.

학생대상인구 교육 프로그램 중 우리 가족의 이름표를 지어 보고 이유를 적어 보게 하는 활동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예쁘게 꾸민 밥그릇에 노란색 쌀밥을 소복하게 담아 그리며 ‘우리 가족은 쌀밥입니다. 왜냐하면 쌀밥은 한 알씩 먹으면 별로 맛이 없지만 한입 가득 넣고 오래 씹으면 참 맛있습니다. 우리 가족도 함께 있으면 쌀밥처럼 달콤하고 행복한 기분이 납니다’라고 적었다. 9살 아이에게서 배우는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함의 의미이다.

활동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가정에 생각보다 많은 가사 일이 존재하고,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이 그 일들을 떠맡고 있었던 사실을 알았을 때 미안함과 감사함을 깨닫고, 더 나아가 가족을 위해 내가 변화해야 하는 실천행동까지 척척 말할 때면 정말 대견하다. 이렇듯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가정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세대들이 자라서 또 다른 단단한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이 진정 ‘한국다운’, ‘우리’라는 정서를 유지하면서 후대에도 빛나는 한국을 물려 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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