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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 남티롤에서 강원분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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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강원연구원장

남티롤은 알프스산맥에 접한 이탈리아 북부의 자치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티롤을 방문해 분권 선진국을 배웠다. 필자가 남티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강원도와 유사한 분권구조 때문이다. 이탈리아도 우리처럼 선별적 분권 구조를 가졌다. 이탈리아는 5개 지역을 특별분권지역으로 선정했고, 이 중 남티롤은 혁신적 분권을 통해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성장했다. 남티롤의 실업률은 2% 수준으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제구조다. 잘사는 지역은 이유가 있다. 남티롤에서 강원도의 분권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남티롤에는 알프스의 돌로미티 지역이 있다. 남티롤에 돌로미티가 있다면 강원도에는 설악산이 있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보는 생각이 다르다. 강원도가 남티롤에 배울 점은 자연환경에 관한 생각이다. 돌로미티 지역은 국립공원이다. 우리에게 국립공원은 개발은 생각조차 못하는 산신령의 영역이다. 그러나 돌로미티는 알프스 정상을 포함해 전 지역이 케이블카로 연결돼 있다.

필자는 오전 8시께 알프스 케이블카를 탔다.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관광객도 많았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도 충격적인데,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모습이 더 충격적이다. 케이블카로 세 개의 정거장을 거치니 알프스 최정상에 도달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돌로미티에 땀 한 방울 없이 도착했다. 승강장에서는 여름옷을 입었지만, 돌로미티 정상에서는 겨울옷을 꺼내 입었다. 정상에는 호텔과 카페가 있다. 호텔에는 결혼식을 한 사진이 걸려 있다. 알프스 정상에서 하객들과 즐기는 낭만적인 결혼식을 생각하며 커피 한잔을 즐겼다.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은 하루 만에 가기엔 어려운 코스다. 무리해서 하루 만에 갔다 오면 며칠간 근육통으로 고생해야 한다. 그러나 알프스 정상은 물론, 중간 정류소에서 알프스 주변을 모두 즐기고 내려오니 점심시간이다. 알프스 정상을 즐기는 데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산행을 즐기는 사람을 위한 코스도 개발돼 있다. 설악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알프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알프스에 전 세계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그래서 알프스는 남티롤 경제 발전에 중요한 자산이다.

남티롤의 주도인 볼차노시에 있는 인근 산 정상에는 유명한 초콜릿 공장이 있다. 1970년대에 세워진 이 공장은 알프스의 깨끗한 물을 이용한다. 이 공장을 세우는 데 어떠한 규제도, 환경단체의 반발도 없었다. 지역이 발전하는 데 기업이 필수라는 생각 때문에 산 정상에 공장을 세울 수 있었다. 이 초콜릿은 알프스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데 활용된다. 기업을 위해서는 자연환경도 기꺼이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공장을 견학해 보니 자연환경을 보호하도록 모든 것이 자동화됐다. 자연과 공장은 서로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볼차노시에 있는 또 다른 산 정상에는 학교가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케이블카로 등교한다. 캠퍼스에서 알프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학교다. 산 정상에 케이블카를 타고 등교하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자연환경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남티롤은 최고의 자연환경인 알프스를 이용해 가장 잘사는 지역이 됐다. 강원도 분권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자연은 산신령의 영역이 아니고, 인간의 영역이다. 개발과 보존이 이분법적으로 대치하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보전하고 개발할 수 있음을 남티롤을 보면서 확신했다. 강원분권이 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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