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한 소설 속 강릉은 단오로 수렴되는 경우가 많다. 강릉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가운데 단오를 주요 배경으로 소비하거나 모티프로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평창출신 이야기꾼 김도연의 우화소설 소설 ‘풍의 여행’ 은 대놓고 그렇다. 소설은 단풍나무 ‘풍’이 펼치는 특별한 여정을 통해, 강릉단오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신비로운 이야기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이야기는 대관령에서 시작된다. 풍은 이곳에서 신목으로 낙점을 받아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여정을 나서게 된다. 풍의 첫 번째 목적지는 국사성황사. 이곳에서 풍은 국사성황신과 그의 아내인 여성황신을 만나 신들의 세계를 엿보고, 인간과 신의 관계,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집을 떠난 풍이 머물고 있는 강릉은 단오제가 열리는 활기 넘치는 도시다. 풍은 남대천을 따라 펼쳐지는 축제의 장관을 목격하고, 단오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느낀다. 특히 어린 무녀 ‘단’과의 만남은 풍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함께 깨달음을 선사한다. 단은 세습무녀로서의 운명과 갈등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풍은 그런 단을 통해 인간의 삶과 무속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마지막으로 풍은 단오제단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풍은 인간들의 간절한 소망과 기도를 마주하며, 삶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단오제가 끝나고 풍은 홍제동에서 다른 제물들과 함께 불태워져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짧지만 강렬했던 여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풍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떠난다. 이처럼 소설은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의 여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 신과 인간의 관계 등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강릉 단오제의 활기와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인간들의 삶과 소망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그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풍의 여행’은 단순히 여정을 담아낸 소설을 넘어, 존재와 삶,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신목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단오제라는 실제 이야기에, 강릉이라는 실제 장소가 주는 사실감은 소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이 소설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관령, 국사성황사, 강릉, 남대천, 단오장, 홍제동 등 각 장소는 풍의 내면 성장과 깨달음의 단계를 상징하며, 서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강릉 단오제는 신과 인간이 만나는 축제의 장이자, 풍이 인간 삶의 다양한 면모를 목격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풍의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인물들의 내면 풍경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