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겹게 버티며 살아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난 흐름의 여유도 없이
당신이 있어도 없어도 이 허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쓸쓸함일까요?
춘천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빈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식물의 감정’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남편을 떠나보낸 고통과 상처를 견디기 위해 쓰여진 시집이다. 한 여자의 일생을 담아낸 시집은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무겁기까지 하다. 인생이란 짐을 짊어지고 가는 그의 길 위에는 생각보다 많은 슬픔이 깔려 있었다. 딸을 잃은 슬픔과 남편을 떠나보낸 아픔까지 모두 담아내며 길을 걸을 때마다 계속 혼자가 되는 그의 인생은 처연하기 그지없다. 안타까운 그의 삶을 더듬다 보면 우린 정말 모두 정해진 운명 아래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김 시인의 운명은 과연 어디까지 그를 외롭게 만들까.
그럼에도 김 시인은 지속해서 펜을 든다. 일기를 쓰듯, 더는 볼 수 없는 딸에게 편지를 쓰듯, 그는 자신의 한과 고통을 달래고 기도하듯 글을 썼다. 글은 유일하게 그를 숨 쉬게 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이제 그는 남편을 위해 펜을 든다. 얼마나 많은 아픔이 지나야 그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표제작이기도 한 그의 시 ‘식물의 감정’에서 그는 슬픔을 승화하려는 강인한 자세를 취한다. 그의 시선은 절망을 향하면서도, 깊은 기도를 멈추지 않는 그의 지친 어깨를 한 편의 글이 어루만져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빈 시인은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되뇌며 나는 당신에서, 당신은 나에게 어떤 형상으로든 스미어 당신의 자유와 나의 평안이 그 어떤 빛에라도 반사되어 흐르기를, 내가 살고 있는 일상에 당신의 자유를 저장한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2006년 ‘시현실’로 등단했고, ‘시간의 바퀴 속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널 기다리 잔 꽃 잠’ 등 두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현재 강원여성문인협회, 빛글문학회, 시문, 시를뿌리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달아실 刊. 140쪽.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