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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자연과 조화로운 춘천 경관 후손들에게 빌려쓰는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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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엽 신디자인랩건축사무소 대표,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

저금리와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많은 국민의 열기는 춘천까지 도달했다. 경춘선 복선화에서 2010년 수도권까지 전철의 개통으로 이어진 교통의 발전, 20년 이상의 노후 주택의 높은 비율(약 50%)은 저금리라는 강력한 추진력을 만났고 이내 춘천은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전국 최고의 분양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막대한 초과이익을 얻기 위한 시행사와 시공사의 열망은 아파트를 더 높게 그리고 고밀도로 만들며 춘천 분양시장에 없던 단어인 “뻥뷰”, “RR”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고, 한때 15층의 아파트 최고 높이는 어느새 49층까지 도달했다. 도시 공동체가 함께 누리던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은 어느새 대도시처럼 내 집 거실에서 열린 뷰를 누리는 방식으로 바뀌며 아파트 가격의 격차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춘천 근로자의 소득 대비 높아진 주택 가격의 비율은 주거비(월세, 이자 등) 상승으로 이어졌고, 금리 인상과 함께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춘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 시기보다 악화된 약 8.9%의 수치를 나타내고, 도내 폐업률은 34%까지 도달했다. 또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도시 내 지역의 격차를 심화시켜 구도심의 빈집 문제와 경관의 노후화라는 또 다른 도시적 문제를 야기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이슈는 30년 후 오늘의 춘천 대장주 아파트들도 노후 아파트가 되어 리모델링이나 재개발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되나, 이미 최고의 개발이익을 얻으며 고층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미비한 부동산 상승 여력 또는 하락과 함께 추가적인 개발 수익을 내기가 불가능하기에 방치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재정비되는 춘천시 경관계획에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 과거부터 최소한의 고도제한을 위한 기준은 있었으나 2015년 도로 사선제한 폐지, 2018년 도심 및 수변지역의 고도지구 해제 등으로 건축물 높이에 대해 제한이 사라져 무분별한 개발사업들이 진행됐다. 봉의산 5부의 높이를 기준으로 제시한 90m의 건축물 높이 기준의 마련은 시민들의 신축행위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재개발 예정지나 신규 아파트 단지도 약 30층 이하의 건축은 가능하기에 사업 추진을 위한 비용은 마련할 수 있는 상징적인 높이 기준이다. 또한, 랜드마크 건축물이나 일자리 제공형 공간, 시민 친화적 공간에는 높이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특수한 상황에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강원특별자치도, 그리고 춘천의 가장 큰 도시 경쟁력은 지금까지 잘 보전한 아름다운 자연과의 조화로운 경관이다. 이를 미래에도 꾸준한 부동산 가격 상승 여력을 갖춘 수도이자 국제도시 서울의 방식, 단기 자본의 축적에 무게를 둔 신도시의 개발 방식으로, 또는 지금 시점만 고려한 개발의 논리로 접근한다면 다시 그 논리가 가진 이중적인 요소로 인해 도시는 영속할 수 없게 되고 다음 세대에게 많은 문제를 떠넘기게 된다. 우리가 축적한 아름다운 경관은 짧게는 5년 후 길게는 30년 후 우리 시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자연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춘천, 그리고 자연과 조화된 아름답고 상징적인 춘천 경관의 특수성은 30년 뒤에도 60년 뒤에도 남아 있어야 한다. 도시의 경관은 지금 세대가 지켜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중요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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