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지난해 추석보다 2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환자 중심으로 응급실이 운영된 결과로 보인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일부 '응급실 뺑뺑이' 사례와 관련해서는 전공의 이탈 이전에도 있던 문제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의료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중증 응급진료 여건이 좋지 않았고 의료인력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 현장 의사·간호사·직원분들의 헌신과 노력, 국민 여러분의 높은 시민의식이 함께 작용해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중증환자 중심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어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서 문 연 의료기관은 증가했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응급실 의료진이 감소한 상황이었으나 의료진께서 현장에서 쉴 틈 없이 헌신해 주신 결과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문을 연 의료기관의 수는 연휴 첫날인 14일 2만9천823곳, 15일 3천247곳, 16일 3천832곳, 추석 당일인 17일 2천223곳이었다.
하루 평균 9천781곳으로, 당초 예상했던 8천954곳보다 827곳 많았으며, 작년 추석 연휴 기간 5천20곳보다 95%, 올해 설 연휴 기간 3천666곳보다 167% 늘어났다.
추석 당일 문을 연 의료기관의 수는 올해 설 당일, 작년 추석 당일보다 600곳가량 많았다.
전국 411곳의 응급실 중 3곳을 제외한 408곳이 연휴 기간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4~15일에는 주간만 운영됐고, 16일부터는 24시간 운영 중이다.
건국대충주병원과 용인 명주병원은 추석 연휴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으나, 지역 내 의료원과 병의원의 협조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경증환자가 줄어들면서 최근 명절 연휴보다 많이 감소했다.
이번 연휴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천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천911명), 올해 설(3만6천996명)보다 20% 이상 줄었다.
응급실에 온 중증환자 수는 하루 평균 1천255명으로, 역시 지난해 추석(1천455명)과 올해 설(1천414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올해 추석 연휴에는 하루 평균 1만6천157명의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지난해 추석(2만6천3명), 올해 설(2만3천647명)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27종의 중증응급질환의 진료(매일 정오 기준)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연휴 기간 87~92곳으로, 연휴 전인 9월 첫 주 평일 평균(99곳)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런 의료기관의 수는 통상 평일에 비해 휴일에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기준 중증진료를 주로 다루는 전국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근무 의사 수는 1천865명으로, 지난해 4분기(2천300여명)보다 400명가량 줄었다.
조 장관은 연휴 기간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응급의료 현장의 혼란 상황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 25주 임산부 A씨가 양수 유출로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으나 75개 병원의 수용 거부로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았다.
소방본부는 충북은 물론 서울과 인천, 경기,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의 대형병원 등 무려 75곳에 이송과 치료 여부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 '신생아 병실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충북소방본부는 비상의료관리 상황반을 운영 중인 충북도에 도움을 요청했고 신고 6시간이 지난 오후 5시 32분께서야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임신부와 태아 모두 건강한 상태다.
또 15일 오후 1시 31분께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문틈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50대 남성 B씨가 90㎞ 이상 떨어진 전북 전주에서 수술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119 구급대는 대학병원 2곳, 종합병원 1곳, 정형외과 전문병원 1곳 등 광주권 의료기관 4곳에 문의했으나 B씨를 곧바로 수술해줄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구급대는 전북지역 의료기관까지 수소문한 끝에 자동차로 약 1시간 8분, 94㎞ 거리인 전주의 정형외과로 이송했다.
사고 약 2시간 만인 오후 3시 37분께, 이 병원에 도착한 B씨는 접합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16일 오후 1시 31분께 대전 동구 한 아파트에서 가족과 말다툼하던 60대 남성 C씨가 자해해 복부에 30㎝ 크기·1㎝ 깊이의 자상을 입었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지역 의료기관에 전화했지만, C씨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대전 외에 충남 논산이나 천안지역 의료기관 10곳에도 연락했지만 '진료가 힘들다'는 답변뿐이었다.
수소문 끝에 C씨는 약 4시간 10분 만인 오후 5시 41분께야 천안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큰 위기를 넘겼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료공백 사태와 종합병원의 응급실 운영 중단 사태로 많은 환자가 몰리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기간 24시간 응급실을 운영, 담당 권역을 넘어 전국에서 발생한 위독한 외상환자의 생명을 구한 병원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따르면 추석 연휴 첫날인 14일부터 추석 당일인 17일까지 나흘간 215명의 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지난 14일 오전에는 10대 남성인 외상환자가 서울에서 이송돼 수술받고 입원했다.
이 환자는 개방성 골절과 뇌출혈 등의 증상을 보여 서울 모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외상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병원 측 답변에 다급하게 다른 병원을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6일에는 오전 1시 27분께 국도 38선 영월 2터널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로 다친 일가족 5명도 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 중 3명은 치료를 받고 귀가했으며 2명은 입원 치료 중이다.
당시 사고로 일가족이 타고 있던 승합차 운전자인 30대 남성과 역주행을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인 20대 남성 등 2명은 숨졌다.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 오후 강릉에서는 임신 32주 차 20대 산모가 복부 통증을 호소하다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등 정밀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원주로 이송되기도 했다.
같은 날 충주에서도 응급 진료가 필요한 산모와 갓 태어난 신생아가 함께 이송돼 입원 후 치료 중이다.
2002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강원 영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원주를 비롯해 영월·횡성, 경기 여주, 충북 충주·제천 등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