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가 화천군의 물자원을 용인반도체 산업단지 개발에 필요한 발전 용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 화천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정부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첫째, 화천댐 물을 사용하려면 연 480억원의 비용을 내고 가져가는 게 옳다. 화천댐 건설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가 1954년부터 현재까지 약 3조 2,656억원에 이른다.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매년 48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화천군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화천댐으로 인해 7.91㎢에 달하는 농경지와 266동의 가옥이 수몰됐으며 1,400여명의 이주민이 발생하고 수몰된 도로의 총연장은 60㎞에 달한다. 여기에 금강산댐으로 인해 화천댐의 발전량이 급감했고 현재는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국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해 화천댐 무용론마저 힘을 얻고 있다.
둘째, 산업단지를 수자원과 전력이 풍부한 화천에 조성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가 국가 및 민간자본 620조원을 투입해 조성하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는 무엇보다 풍부한 수자원과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측면에서 화천댐과 수력발전소가 있는 화천지역은 매우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 우선 화천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 사용이 가능해 발전소 신규 조성이 필요 없으며 화천댐은 10억톤에 이르는 수자원을 담수하고 있다. 또한 화천에는 수백만평의 부지가 준비돼 있고 기꺼이 내어줄 의향이 있다.
셋째, 화천은 각종 규제를 받으며 발전을 제한받고 있다. 전체 면적의 21%가 상수도 보호구역, 공장 설립 제한지역, 공장 설립 승인지역 등 3개의 규제를 받고 있으며 수도법으로 인해 화천 도심지에서는 제조업 사업장 설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이처럼 강력한 규제와 피해를 수십년 동안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닌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
넷째, 화천댐으로 인해 지난 수십년간 교통 단절, 농지 수몰, 환경보존 규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경제적 보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 부흥이 국가적 중대사이지만 댐 소재지인 화천군의 일방적 희생은 그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화천댐 용수 사용 결정을 하기 이전에 화천댐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을 먼저 살펴야 한다. 더욱이 댐이 건립된 지 80년이 지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10억톤의 ‘물 폭탄’을 안고 있지만 안전진단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다.
다섯째, 화천군민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낮은 쪽 가장자리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불안한 삶을 이어갈 아무런 이유도 당위성도 없다. 접경지인 화천군은 국가안보를 위해 온갖 규제를 감내하고 희생해 온 곳으로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 제한을 받았고, 기업이 들어오기 어려운 열악한 기반 탓에 변변한 일자리 기회조차 없었다. 또한 국방개혁에 따른 군부대 해체로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등 그나마 남아 있던 서비스업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그동안 화천댐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화천군에 합당한 피해 보상을 하고 불가피하게 화천댐 물을 사용해야 한다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적극적인 보상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지역도 살리고 반도체 산업도 살찌우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